유통업계가 주주총회(주총) 시즌에 돌입했다. 이번 주총 최대 관심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를 대비한 ‘신성장동력’ 확보다. 소비 트렌드가 급변한 만큼, 미래의 사업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이전과 같은 방식으론 위기 돌파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가 주총에선 신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거나 변경하는 내용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23일 롯데쇼핑, 24일 신세계, 28일 현대백화점, 29일 BGF리테일 등이 주총을 개최한다.
롯데쇼핑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주류소매업, △일반음식점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논의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최근 롯데마트가 추진하고 있는 ‘보틀벙커’ 사업의 확장을 고려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보틀벙커는 롯데마트가 잠실점을 ‘제타플렉스’로 리뉴얼하면서 선보인 와인 전문 매장이다. 약 400평 규모의 매장에 5000여종의 와인을 선보였다. 이외에도 와인을 미리 시음해 볼 수 있는 공간과 안주를 판매하는 코너도 함께 마련했다.
매장 단독 월매출 신장률이 400%를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롯데쇼핑은 이 같은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도 이번 주총에서 사업목적에 △부가통신사업 △인터넷 경매 및 상품 중개업 △인터넷 광고를 포함한 광고업 △광고대행업 △기타광고업 △데이터베이스 및 온라인 정보제공업 △인터넷 컨텐츠개발 및 공급업 등을 추가한다.
신세계는 최근 미술품 관련 사업을 키우기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 경매 및 상품 중개업을 추가한 것도 이를 염두한 조치다. 신세계는 지난해 말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의 주식 85만6767주를 280억원에 취득하기도 했다.
인터넷 콘텐츠 개발 및 공급업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키워 부가 수익을 내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신세계백화점은 현재 앱을 통해 단순 쇼핑 정보 외에도 전자책 대여 서비스와 지니뮤직을 통한 음악감상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주총에서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김현종 현대백화점 사장, 장호진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건이 안건으로 상정돼 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사업목적 추가 안건은 아직 없지만 지난 1월 ‘메타 현대백화점’ 상표권을 출원하며 메타버스 사업 진출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편의점 CU의 운영사 BGF리테일 역시 주총에서 △건강 보조식품 소매업과 △고속도로 휴게소 및 주유소(LPG, 전기 충전소 포함)의 건설·운영 관련 제반 사업을 정관에 추가하는 것을 논의한다. 이에 향후 전기차 충전소 사업 확대가 예상된다.
지난달 BGF리테일은 모빌리티 충전 솔루션 업체 ‘이지차저’와 손잡고 CU 4개 점포에 ‘배터리 교환형 스테이션’을 설치하기도 했다. 이지차저는 전기 오토바이 충전 인프라를 구축·운영하는 업체다. 이외에도 CU는 전국 30여개 점포에서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기존의 유통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신성장동력 발굴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면서 “올해는 업계 모두 사업 다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고, 사업 목적 추가 역시 그런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