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가 뿌리 내린 빌드업 축구, 이란도 삼켰다

벤투가 뿌리 내린 빌드업 축구, 이란도 삼켰다

기사승인 2022-03-24 22:50:47
이란 전 승리 후 기념사진을 찍는 축구대표팀 선수단.   대한축구협회(KFA) 

파울루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가 이란마저 잡아 삼켰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4일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 이란과 홈경기에서 손흥민의 선제골과 김영권의 추가골로 2대 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7승 2무(승점 23점)으로 A조 1위로 올라섰다. 이란은 최종예선에서 첫 패배를 당하며 조 2위(7승 1무 1패, 승점 22점)로 내려왔다.

한국은 2011년 1월22일 AFC 아시안컵 8강전(1대 0 승) 이후 11년 만에 이란을 상대로 승리를 따내는 값진 결과를 만들었다. 최근 대 이란전 7경기 연속 무승(3무 4패) 부진도 끊어냈다. 안방에서 이란에게 승리한 것도 2005년 10월12일 친선경기(2대 0 승) 이후 17년 만이다. 통산 전적은 10승 10무 13패가 됐다.

한국은 이란전을 앞두고 중원의 핵심 자원인 황인범(루빈 카잔)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백업 자원으로 꼽혔던 김진규, 백승호(이상 전북 현대)도 잇달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에 확진돼 대표팀 합류가 불발됐다.

주축 선수들이 빠졌지만 벤투 감독의 철학은 바뀌지 않았다. 중원에 정우영(알사드)을 중심으로 이재성(마인츠), 권창훈(김천 상무)이 준비된 플레이를 펼쳤다. 대표팀은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를 통한 빌드업 축구로 이란의 수비진을 무너뜨렸다. 좌우 측면에 자리했던 손흥민, 황희찬(울버햄튼)도 수시로 스위칭하며 상대 빈틈을 노렸다. 공이 없을 때는 전방에서 강하게 압박하며 이란을 몰아붙였다.

첫 득점은 강한 압박을 통해 만들어냈다. 전반 종료 직전 손흥민이 상대방의 탈취한 뒤 기습적인 중거리슛으로 상대 골키퍼를 뚫었다. 2번째 득점은 빌드업 축구가 빛이 발하는 순간이었다. 중원에서 빠른 전개가 펼쳐진 뒤 황희찬이 측면을 허물었고, 이후 이재성을 거쳐 김영권이 마무리했다. 강호 이란을 상대로도 벤투식 빌드업 축구가 통하는 순간이었다.

벤투 감독은 부임 직후 꾸준히 빌드업 축구 스타일을 구사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벤투 감독은 보수적인 선수 선발, 경기 중 유연하지 못한 전술 대처로 인해 매번 비판에 시달려왔다.

특히 지난해 3월에 있었던 일본과 친선전에서 0대 3 패배하자 벤투 감독을 향한 비난이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 이례적으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성난 팬심을 가라앉히기 위해 사과문을 발표했을 정도다.

월드컵 2차 예선을 1위로 통과했지만 좋지 않은 경기력에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이 뒤따랐다.  이후 최종예선 1차전 이라크와 비기고 2차전 레바논에 겨우 승리하면서 불신이 더욱 깊어져갔다. 일각에서는 벤투 감독이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벤투 감독은 계속된 비판에도 자신의 신념을 꺾지 않았다. 결국 본인의 철학을 밀어붙여 여론을 바꿨다. 지난해 10월 이란 원정에서 1대 1로 비기면서 분위기가 바뀌었고, 이어진 아랍에미리트전과 이라크전에서 한층 완성된 조직력을 통해 상대를 압도하면서 벤투 축구도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했다. 끝내 이란까지 잡아내면서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실히 증명했다.

상암=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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