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광주 동구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화정 아이파크 사태까지 겹쳐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조합들은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시공권 취소 등을 요구했고 현산은 수주 방어전을 치르고 있지만 녹록치 않은 상태다.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HDC현대산업개발의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942억원, 당기순손실은 755억원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6857억원으로 직전 분기(2021년 4분기) 9975억원 대비 3118억원 감소했다.
현대차증권 김승준 연구원은 “연결 기준 매출액의 증가가 나타나기 어려운 환경이다”라며 “외주주택 분양이 줄고 대규모 현장(광운대 역세권, 공릉역세권) 등은 연결제거로 매출액 인식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특히 올해 분양이 원활하게 나타나기 어려워 내년에서 내후년 정도까지 매출액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주가는 이달 25일 마감 기준 1만3600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시기(2만8000원)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동구 학동 붕괴사고 당시에도 3만원 전후를 유지하고 있던 주가였지만 화정 아이파크 사고를 기점으로 급속도로 떨어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사고 직후 빗발쳤던 조합의 수주 계약 해지 요구에 대해서는 ‘방어전’을 치르고 있다. 최근 서울 이문3구역·상계1구역·미아4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사수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섣부른 시공사 교체는 사업 지연을 부른다”며 “새로 시공사를 구하는 데 시간을 쏟고 싶지 않은 조합은 결국 기존 시공사를 유지하는 선택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용도 역시 금이 갔다. 지난달 한국신용평가는 HDC현대산업개발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 기업어음 신용등급도 ‘A2+’에서 ‘A2’로 하향 조정했다.
잇따른 사고로 하락한 신용에 업계에서는 아이파크 브랜드 사용을 꺼려하는 분위기다. 두 번의 굵직한 사고가 난 광주에 있는 또 다른 아파트인 계림아이파크SK뷰 조합 관계자는 아이파크를 빼고 계림SK뷰로 이름을 바꾸자는 의견을 제기했다.
최근에는 1조원 규모의 부산시민공원 촉진3구역 사업 재정비조합이 HDC현대산업개발에 시공권 해지를 요구했는데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를 지키기 위해 아이파크 외 새 브랜드 사용 검토 등을 약속했다.
앞서 브랜드 이미지에 반감을 가진 사례는 LH에서 찾아볼 수 있다. LH는 값싼 임대 아파트라는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안단테’ 등의 브랜드를 도입했지만 기존 ‘휴먼시아’나 ‘LH’에 비해 아직 낮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아울러 LH 임직원의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입주자들의 요구로 하남시 아파트 단지 ‘LG위례포엘리움’이 LH 로고를 삭제한 ‘위례로제비앙’으로 변경되는 등 여전히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 브랜드의 가치를 회생시키기 위해 HDC는 딜레마에 빠졌다. 아파트 브랜드명을 변경할 경우, 쇄신의 이미지를 구축해 신뢰 회복을 위한 도약의 발판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오랜 시간 꾸준히 성과를 쌓아온 브랜드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리스크를 가진다.
현대차증권 김승준 연구원은 “재무상태도 현금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기에 회사가 쓰러질 일은 없으나, 영구적 사업가치 훼손으로 인해 사업 규모가 작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기자
khj011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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