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토트넘)이 이집트전에서는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는 ‘프리롤’ 역할을 소화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집트와 평가전에서 전반에 황의조(보르도)와 김영권(울산 현대)의 연속골, 후반에도 조규성, 권창훈(이상 김천 상무)이 추가골로 4대 1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지난 2일 브라질(1대 5 패배), 6일 칠레(2대 0 승리), 10일 파라과이(2대 2 무승부)전에 이어 2승 1무 1패로 4연전을 마쳤다.
이번 4연전에서 손흥민은 다양한 포지션에서 뛰었다. 3차례 평가전에서 왼쪽 날개, 최전방 공격수, 투톱을 차례로 소화한 바 있다.
손흥민은 이집트를 상대로 파라과이전과 마찬가지로 황의조와 함께 투톱으로 나섰다. 다만 역할은 파라과이전과 조금 달랐다.
파라과이전에서는 최전방에 위치해 득점을 마무리하는 공격수였다면, 이집트전에서는 프리롤에 가까웠다. 이날 손흥민은 전방에만 머물지 않고 측면 자원들과 수시로 스위칭을 하면서 공격을 전개했다. 후방에도 수시로 내려와 전방으로 패스를 뿌리는 ‘미들라이커(미드필더+스트라이커)’에 가까웠다.
대표팀의 첫 득점도 손흥민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전반 16분 손흥민이 하프라인 부근에서 왼쪽 측면의 김진수에게 스루패스를 시도했고, 김진수가 곧장 크로스를 올려 황의조가 헤딩으로 마무리했다.
전반 22분에도 손흥민은 득점에 기여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키커로 나서 이집트 문전으로 공을 올렸고, 황의조가 머리로 공을 떨군 것을 김영권이 달려들어 마무리했다.
손흥민은 호시탐탐 득점 기회도 노렸다. 전반 43분 하프라인 인근에서 공을 잡은 뒤 드리블을 치다가 기습적인 중거리 슛을 시도했지만,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후반 2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직접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이집트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이후에도 손흥민은 계속해서 한국의 공격의 시작점 역할을 소화했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손흥민 덕에 한국은 전방에서 짧은 패스, 빌드업, 롱패스 등 다양하게 공격 방법을 가져갔다. 후반전에 우위를 점한 한국은 경기 막바지에 2골을 더하면서 완승을 거뒀다.
손흥민의 프리롤 소화에는 손흥민 외에도 다양하게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권창훈(김천 상무)과 정우영(프라이부르크)도 큰 힘이 됐다. 이들은 손흥민과 순간적인 스위칭을 통해 손흥민의 반대편에서 득점 기회를 꾸준히 만들어냈다. 스피드를 이용한 침투도 돋보였다.
경기가 끝난 뒤 벤투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활용할 생각이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때때로 그럴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상암=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