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우빈은 ”무서웠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많은 게 무서웠다. 한 캐릭터로 다양한 연기를 선보이는 것도, 블루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는 것도, 새로운 도전을 앞둔 것도. 하지만 막상 해보니 무서움은 금세 가셨다. “시작하기 전엔 왜 이렇게 무서웠는지 몰라요. 저를 못 믿어서 그런 거겠죠?” 소탈하게 웃는 모습에서 이겨낸 자의 여유가 느껴졌다. 비인두암 투병을 마치고 6년 만에 영화 ‘외계+인 1부’(감독 최동훈)로 스크린 복귀에 나선 김우빈은 그렇게, 씩씩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난 1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우빈을 만났다. 후련한 얼굴이었다. 전날 VIP 시사를 마치고 새벽까지 뒤풀이를 하고 왔단다. 피곤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 그는 “하나도 안 피곤하다. 선배님들과 동료, 관객 모두에게 좋은 기운을 잔뜩 받았다”며 씩씩하게 답했다. 많은 사람과 만나며 김우빈은 비로소 자신이 속했던 곳으로 왔다는 걸 느꼈다.
“건강하게 복귀했다며 모두가 축하해주셨어요. 박수도 많이 받았어요. 친분 없던 선배님들까지도 제게 찾아와서 ‘돌아온 걸 축하한다, 너무 좋다’며 악수를 해주셨죠. 마음이 정말 따뜻했어요. 새벽이 돼도 전혀 피곤하지 않더라고요. ‘외계+인’ 첫 촬영날에는 당시 초면에 가깝던 김태리, 류준열이 대전에 있는 세트장까지 찾아와 저를 응원해줬어요. 주변에서 베풀어주는 그런 마음들에 정말 감동했어요. 감사한 일이 아주 많아요.”
김우빈은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을 스크린 복귀작으로 택했다. 앞서 그는 최 감독의 ‘도청’에 캐스팅됐으나 암 판정을 받고 활동을 중단, 투병을 이어왔다. 최 감독은 배우 교체 없이 ‘도청’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그를 기다렸다. “이미 제작 준비가 꽤 진행된 상태라 손해가 막심했어요. 그런데도 감독님이 제작사에 ‘김우빈이 아닌 다른 사람과는 이 영화를 찍을 수 없다’고 말씀하셨대요. 이제야 그걸 알았어요. 감동이었죠.” 김우빈이 건강을 회복하자마자 최 감독의 작품에 출연한 건 당연한 일이다.
“제가 이렇게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힘을 준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최 감독님도 그래요. 당시에 집에서 ‘도청’ 제작이 중단된다는 기사를 보고 ‘내가 빨리 건강을 회복해서 감독님께 보답해야지, 감독님이 날 필요로 한다면 그게 어떤 역할이든 무조건 달려가야지’ 생각했어요. 그러다 복귀를 생각할 즈음 감독님이 집에 놀러 오셔서 컨디션을 물어보시더라고요. 이제 좀 할 만하겠다고 하니까 감독님이 곧장 ‘가드라는 캐릭터가 있는데 말야…’라고 말을 꺼내시는 거예요. 하하. 장르가 무엇이든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죠.”
그렇게 ‘외계+인’과 만난 김우빈은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가 연기한 가드는 외계인 죄수를 관리하는 전투 로봇이다. 임무를 위해 존재하는 가드는 감정을 절제하면서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골몰한다. 김우빈은 가드가 살아온 궤적을 상상하며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김우빈은 가드를 연기하며 가드로 변신한 썬더도 연기해야 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기운과 마음의 차이를 느끼는 걸 출발점으로 삼았다.
“캐릭터마다 호흡을 다르게 하니 소리도 다르게 나오더라고요. 사실 카메라 앵글 안에 있으면 제 눈엔 너무도 많은 게 보여요. 수많은 카메라와 스태프, 세트… 그 사이에서 제가 해야 할 것에 집중했죠. 가드는 감정을 눈빛이나 작은 행동들로 표현해요. 관객에게도 전달되길 바라며 연기했어요. 감독님, 배우들과 함께하는 과정도 즐거웠어요. 컴퓨터 그래픽(CG) 때문에 크로마키 배경 앞에서 타이츠만 입고 촬영할 땐 조금 자신감이 떨어지더라고요. 하하. 그래도 적응하니 그마저도 좋더라고요. 덕분에 성장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젠 하늘을 나는 연기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387일. 한국 영화사상 가장 긴 촬영이었다. 13개월 동안 가드로 살며 김우빈은 연기의 기쁨을 다시금 느꼈다. 그동안 하지 않던 SNS도 시작했다. tvN ‘우리들의 블루스’에 이어 ‘외계+인’까지, 연이어 여러 배우와 함께 연기하며 마음속 깊이 든든함을 느꼈다. “흔치 않은 경험을 한 소중한 순간”이라고 회상하던 그는 새 도전을 앞두고 의지를 다졌다. 김우빈은 ‘외계+인’에 이어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택배기사’로도 대중과 만난다. 이제 다시 고삐를 조이고 바삐 달릴 준비를 마쳤다.
“배우라면 누구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 해요. 저 또한 마찬가지죠. 변신과 도전은 저를 늘 즐겁게 하거든요. 최근에는 제가 이전에 보여주지 않던 캐릭터에 도전해봤어요. 감사하게도 다들 반겨주시더라고요. 쉬는 동안 보여주지 못한 것들을 앞으로 해내고 싶어요. 더욱더 즐기려 하고요. ‘외계+인’도 행복한 마음으로 만든 작품이에요. 장르 특성상 큰 화면과 큰 소리로 들어야 즐거움이 더 커지는 영화니까, 꼭 극장에서 봐주세요. 387일 동안 달려온 저희의 행복한 여정이 관객분들께도 잘 전달되길 바라요. 2부는 더욱더 재밌거든요. 1부를 꼭 봐주세요. 더욱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