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제도 도입 2년 차를 맞이한 ‘LoL 챔피언스코리아(이하 LCK)’가 지속가능한 리그 생태계 도입을 위해 신규제도 3종을 도입한다. 당장 2022년 스토브리그부터 ‘육성권’ 제도와 ‘LCK 공식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되고, 내년부터는 ‘지정선수 특별협상 제도’가 적용된다.
LCK는 25일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롤파크에서 신규제도 3종 도입과 관련된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정훈 LCK 사무총장, 이호민 리그운영팀장이 참석했다.
본격적인 제도 발표에 앞서 이 사무총장은 “최근 리그 경기 도중 잦은 버그와 소통 문제로 직관 오신 팬들과 시청자, 그리고 선수 및 구단 관계자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여러 각도에서 개선방안을 검토 중이고, 조속한 시간 내에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오늘 공개할 신규 제도는 LCK가 지속가능한 e스포츠로 성장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면서 “지속가능한 리그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업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팀과 리그 모두 점진적으로 소정의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리그 차원에서도 제도를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육성권 제도는 신인에게 출전 기회를 보장하는 제도다. 팀은 자체적으로 발굴한 신예들과 함께할 시간을 보장받는다. LCK 로스터 등록 1개 스플릿 미만 또는 해외 LoL 프로리그 로스터 등록 이력 1년 이하의 선수가 대상이며, 육성권 계약을 체결한 선수는 차기 2개 시즌(2년) 동안 해당 팀과 계약을 이어갈 수 있다.
구단은 육성권 계약을 체결한 선수를 경기에 출전시켜야 하는 의무(LoL 챌린저스 리그 기준 51% 초과, LCK 기준 25% 초과)가 있다. 계약을 맺은 선수는 연간 최소 20%의 기본 연봉 인상이 보장되며, 개인과 팀의 성과에 따라 추가적인 연봉 인상 밑 인센티브 인상이 발생할 수 있다. 최소 출전 요건 미달 시 선수는 계약 해지를 요청할 수 있다.
LCK가 밝힌 육성권 도입 배경은 △ 각 구단의 신인 육성 및 발굴과 잠재력을 가진 루키에 투자하는 것을 장려 △ 신인선수 최저연봉 상승과 안정적인 커리어 발전을 보장 △ 차기 LCK 대표 스타 발굴 등 세 가지다.
육성권 계약은 강제가 아닌 권장사항이다. 최초 계약 시 선수의 동의가 없으면 육성권은 발동하지 않는다. 이 팀장은 “육성권이 강제성이 없기에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LCK 구단들이 CL 선수들과의 계약을 할때 안정성을 보장받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말씀드린 것처럼 육성권 계약은 선수의 동의가 있어야 진행된다”면서 “데뷔 초부터 안정적으로 선수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은 선수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에이전트와 관련된 사안도 공식적으로 제도화한다. LCK는 2022시즌 스토브리그를 앞두고 선수들이 공인 에이전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공인 에이전트 제도는 LCK가 한국e스포츠협회와 함께 준비한 제도이다. 향후 공인 에이전트 제도 운용은 한국e스포츠협회가 담당하고, LCK 사무국은 전반적인 제도 관리, 감독을 수행하게 된다.
LCK 공인 에이전트 제도는 허가제로 운영된다. 서류 심사, 교육 세미나 이수, 자격시험을 통과한 이들만 공인받을 수 있다. 최대 2년까지 효력이 유지되며 3년 차에는 다시 심사 및 시험을 거쳐야 한다. 다만, 올해 2022년은 제도를 도입한 첫해고 스토브 리그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예외적으로 시험을 진행하지 않는다. 대신 공인 효력은 1년만 유지되며 내년에는 자격시험을 받아야 한다.
선수는 한 명의 에이전트에게만 연봉계약 교섭 및 체결, 연봉 조정 업무를 맡길 수 있다. 다만 기타 수익계약 교섭 및 체결대리 건과 관련해서는 에이전트 수의 제한을 두지 않는다. 반대로 에이전트가 담당할 수 있는 선수의 수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이 팀장은 “특정 에이전트가 여러 명의 선수와의 독점계약을 맺어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례도 우려했다”면서도 “다만 이를 제재하면 오히려 편법으로 꼼수를 부리는 사례가 생길 수 있어서 제대로 된 모니터링이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설문조사 결과 현재 LCK 소속 선수 가운데 10%가량이 부모님이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데, 직계존속 가족들은 별도의 연회비 납부와 시험 없이 세미나만 이수하면 에이전트를 맡을 수 있다”면서 “다만 직계존속이 아닌 선수의 에이전트를 하려면 기존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2023년 스토브 리그부터 적용되는 지정선수 특별협상 제도는 이날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신규제도다. 스토브 리그가 시작되기 전 팀은 계약 만료 예정인 소속 선수 가운데 1명을 특별협상 대상자로 지정할 수 있다. 동일 선수는 최대 두 번까지만 연속으로 지정이 가능하다.
지정선수는 6일간 다른 팀들과 자유롭게 협상하고, 이중 최대 3개 팀을 이적 후보팀으로 선정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기존 소속 팀과 재협상을 진행한 뒤 스토브리그 시작 전 최종적으로 잔류 또는 이적을 결정한다. 선수의 이적 시 원소속팀은 이적료를 받는다. 선수가 해외팀으로 이적할 경우 구단은 이적료에 추가금액을 받게 된다.
지정선수 특별협상 제도는 각 구단이 스토브리그를 조금 더 수월하게 보낼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다. 팀이 투자해 키운 프랜차이즈 스타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조치의 성향이라고 볼 수 있다.
신규제도 소개가 끝나고 질의응답 과정에서 “육성권·지정선수 특별협상제도는 선수보다는 팀을 위한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팀장은 “기존 대비 팀들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돕기 위한 제도인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후부터는 선수들이 제도를 이해하고, 본인의 커리어에 적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노력을 들여 선수들의 이해를 돕겠다. 총력을 쏟을 예정이다"고 답했다.
뒤이어 이 사무총장은 “이분법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제도를 하나하나 보면, 팀의 이익을 위해서만 나온 건 아니다”라면서 “육성권의 경우 팀이 선수를 육성할 수 있는 동기가 충분해야 한다는 점에 LCK도 동의해서 이런 제도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LCK 모든 팀이 어느 정도 팀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도 리그의 생각”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이어 “선수가 팀을 매번 옮겨 다녀서 어느 팀인지 잘 모를 때, 이 팀이 어떤 색깔을 가졌는지 잘 모를 때 우리 리그가 과연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면서 “지정선수 특별협상제는 그런 점에서 출발했고, 에이전트 제도는 말할 것도 없이 공정한 시장을 위해 규제를 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