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김민재, 나폴리서 성공할 수 있을까

‘괴물’ 김민재, 나폴리서 성공할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22-08-01 09:52:52
계약 사진을 찍는 김민재(오른쪽).   아우렐리오 데라우렌티스 나폴리 회장 SNS

김민재(SSC 나폴리)가 다음 시즌부터 하늘색 유니폼을 입고 이탈리아 무대를 누빈다.

나폴리는 지난달 27일(한국시간) 공식 채널을 통해 김민재 영입을 발표했다. 구단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해외 매체들에 종합하면 김민재의 이적료는 바이아웃(이적 허용 최소 이적료) 금액인 1950만유로(약 261억원)로 추정된다. 나폴리와 김민재의 계약 기간은 2025년까지이며 2년 연장 옵션이 포함돼있다. 연봉은 250만유로(약 33억5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국 선수가 세리에A에서 뛰는 건 페루자에서 활약한 안정환(은퇴), 헬라스 베로나에서 뛴 이승우(수원FC)에 이어 김민재가 세 번째다. 과거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뛴 홍정호(전북 현대)에 이어 한국 수비수로는 두 번째로 유럽 4대 리그(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에 진출한 선수가 됐다.

길었던 이적 사가, 최종 선택은 나폴리

지난 시즌 베이징 궈안(중국)을 떠나 페네르바체 유니폼을 입은 김민재는 빠르게 팀의 주전 수비수로 자리매김했다. 정규리그 31경기를 포함해 총 40경기를 소화했다. 튀르키예 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에서도 준수한 경기를 펼쳐 유럽 복수의 팀들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김민재는 프랑스 리그1(1부리그)의 스타드 렌과 강하게 연결됐지만, 후발 주자인 나폴리가 끼어들며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렌과 페네르바체가 소속팀 간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폴리가 바이아웃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나폴리행으로 무게가 기울었다.

나폴리가 김민재에게 관심을 보인 것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지켜봐 왔다. 지난해 10월 튀르키예 언론에서 처음으로 나폴리와 김민재 이적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실제로 나폴리는 올해 1월 겨울 이적시장에서 김민재의 영입을 노렸지만, 페네르바체의 반대로 성사 단계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나폴리는 김민재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 나폴리가 이번 비시즌에 활용할 수 있는 비유럽 (NON EU) 국적 선수는 2명에 불과했는데, 이 한 장을 김민재 영입에 사용했다.

훈련장에서 기념 사진을 찍은 김민재.   나폴리 SNS

나폴리는 왜 김민재를 영입했는가

나폴리는 다음 시즌부터 본격적인 세대교체를 준비하고 있다. 로렌조 인시녜, 드리스 메르텐스 등 팀의 전성기를 이끈 인물들과 모두 이별을 택했다.

수비진의 핵심이었던 칼리두 쿨리발리도 첼시로 보냈다. 쿨리발리는 나폴리에서만 약 8시즌 동안 317경기를 월드클래스 선수다. 지난 시즌 나폴리는 38경기에서 31골만 실점했는데, 이 중 쿨리발리가 결장한 11경기에서 11골을 내준 바 있다. 

김민재는 쿨리발리를 대체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김민재는 쿨리발리와 스타일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평이다. 190㎝가 넘는 장신에 단단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한 몸싸움이 뛰어나며 공중볼 처리 능력도 수준급이다. 여기에 중앙 수비수임에도 빠른 발까지 갖춰 공격수와의 속도 경합에서 웬만해서는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안정적인 빌드업 능력도 강점으로 꼽힌다. 쿨리발리가 팀에서 맡던 임무를 그대로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민재는 차기 시즌 나폴리의 주전 수비수로 활약할 전망이다. 나폴리는 지난 시즌 주로 포백을 활용했는데 센터백 자리에 쿨리발리와 아미르 라흐마니가 자리했다. 다음 시즌에는 쿨리발리의 자리에 김민재가 들어갈 전망이다.

과거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이탈리아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나폴리는 팀에 안정성을 주던 쿨리발리를 잃었다. 그리고 로렌조 인시녜의 득점과 도움 능력도 잃었다”라면서 “그럼에도 나폴리에 대해 궁금하다. 김민재는 큰 영향력과 파워가 있는 선수다”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나폴리를 이끄는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도 김민재 영입 직후 “김민재는 피지컬적으로 강한 선수다. 몸싸움에도 능하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아는 선수”라면서 “그는 쉽게 밀리지 않는 좋은 힘이 있으며 나아가 좋은 퀄리티의 발밑 패스까지 가능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구단의 공식 훈련에 참가한 김민재.   나폴리 SNS

수비의 본고장 세리에A, 김민재는 성공할 수 있을까

이탈리아 축구는 전통적으로 ‘빗장 수비’로 불릴 정도로 단단한 수비를 자랑한다. 유럽의 4대 리그 중 하나인 이탈리아의 세리에A는 다른 리그에 비해 수비가 강조되는 리그다. 이탈리아는 ‘수비의 본고장’으로 불릴 정도로 최고의 수비수들이 모인다. 튀르키예에서는 곧장 리그 최고의 수준으로 올라섰지만, 유럽 최고 수준에서 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민재가 이상대해야 할 선수들의 수준도 상당히 높다. 로멜로 루카쿠,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이상 인터 밀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AC밀란), 두산 블라호비치(유벤투스), 치모 임모빌레(라치오) 등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공격수들을 상대로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김민재는 최근 프리시즌 친선 경기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김민재는 1일 이탈리아 카스텔디산그로의 테오필로 파티니 경기장에서 열린 마요르카(스페인)과 프리시즌 친선 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전반 45분을 뛰고 교체됐다. 나폴리 유니폼을 입고 치른 첫 공식 경기에서 안정적인 수비를 펼쳤고, 날카로운 패스를 뿌려주며 공격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스팔레티 감독은 구단을 통해 “김민재는 완벽한 수비수다. 그는 연습 경기를 통해 피지컬과 발 밑, 순간적 반응, 기술 등 모든 것을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이탈리아 매체 칼치오 나폴리24도 해당 경기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에 김민재를 포함하며 “그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거친 플레이도 마다하지 않았다. 디 로렌초에게 예리한 공격 패스도 찔러줬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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