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팬들을 설레게 할 유럽 축구가 돌아온다.
유럽 4대 리그의 간판으로 불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독일 분데스리가가 오는 6일(한국시간) 개막한다. 스페인 라리가와 이탈리아 세리에A는 1주 뒤인 13일에 문을 연다.
올해 유럽 축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오는 11월에 예정인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 열리는 시즌이자, 슈퍼스타들의 연쇄 이동으로 그 어느 때보다 볼거리가 많은 시즌이다.
슈퍼스타들의 연달은 이적
올해 유럽축구 여름 이적 시장은 상당히 화끈했다. 수많은 슈퍼스타가 새로운 유니폼을 입으면서 차기 시즌 활약상을 예고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엘링 홀란드다. 22세의 어린 나이지만 벌써 유럽축구의 최고 공격수로 평가받는 그는 이번 여름에 EPL의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로 이적했다. 맨시티는 도르트문트로부터 홀란드를 영입하기 위해 이적료 5100만 파운드(약 815억원)를 썼다. 이에 질세라 맨시티와 우승 경쟁을 하는 리버풀은 총액 1억 유로(약 1347억원)에 포르투갈 리그 득점왕인 다윈 누네스를 품었다.
손흥민의 소속팀인 토트넘 홋스퍼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대비해 무려 6명의 선수를 보강했다. 윙백 이반 페리시치를 시작으로 골키퍼 프레이저 포스터, 미드필더 이브 비수마, 공격수 히샬리송, 수비수 클레망 랑글레와 제드 스펜스를 영입했다. 알차게 전력 보강을 하면서 전문가들은 토트넘이 차기 시즌에는 지난 시즌보다 더 높은 순위인 3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시대를 마감하고 토드 보엘리 구단주 체제를 맞은 첼시도 이번 이적시장에서 지갑을 열었다. 수비수 칼리두 쿨리발리와 공격수 라힘 스털링 이후 지지부진하던 상황에서 가브리엘 슬로니나, 카니 추쿠에메카를 영입했다. 맨시티와 연결되던 수비수 마크 쿠쿠렐라를 하이재킹한 데 이어 바르셀로나의 미드필더 프랭키 더용과 인터 밀란의 수비수 밀란 슈크리니아르도 영입을 추진 중에 있다.
최근 3시즌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차기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팀 개편에 나섰다. 공격수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 윙포워드 하피냐, 수비수 쥘 쿤테, 미드필더 프랑크 케시에, 수비수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 등 월드클래스 급 선수들을 대거 품었다. 바르셀로나는 이에 그치지 않고 첼시의 윙백 듀오인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와 마르코스 알론소 영입을 노리고 있다.
바르셀로나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사용한 금액은 무려 1억 5300만 유로(약 2041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영입한 선수들이 곧장 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스페인 라리가는 샐러리캡 제도가 있는데, 현재 재정난을 겪고 있는 바르셀로나는 이적생들의 선수 등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추가적인 수입을 내지 못한다면 선수들은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된다.
유럽 무대 누비는 한국 선수들
한국 선수들의 활약도 축구 팬들에게는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다.
가장 이목을 받는 선수는 역시 손흥민이다.
지난 시즌 EPL에서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함께 23골로 공동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은 2시즌 연속 골든 부츠 수상에 도전한다. EPL 통산 최다 합작골(41골) 기록을 보유해 EPL 역대 최고의 공격 콤비로 인정받는 손흥민과 케인이 이 기록을 어디까지 늘릴지도 새 시즌 관심거리다.
또 소속팀 토트넘이 지난 시즌 4위로 시즌을 마쳐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3년 만에 다시 밟는다. 축구 팬들은 유럽 대항전에서 활약하는 손흥민을 보기 위해 밤잠을 설칠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과 함께 잉글랜드에서 활약 중인 황희찬(울버햄튼)은 EPL 2년 차를 맞이한다.
황희찬은 지난 시즌 울버햄튼에 합류해 5골 1도움을 기록했지만 부상을 2~3차례 입으며 온전하게 풀 시즌을 소화하지 못했다. 올 시즌에는 등번호도 26번에서 11번으로 교체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한다.
시즌 준비도 마친 황희찬이다. 그는 가벼운 부상으로 프리시즌 경기를 소화하지 못하다가 지난달 막바지 회복했다. 지난 1일 파렌세전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페널티킥 득점도 올리며 예열을 마쳤다.
한국 선수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리그는 독일 분데스리가다. 국가대표 2선 자원인 정우영(프라이부르크), 이재성(마인츠), 이동경(샬케04), 이동준(헤르타 베를린)이 뛰고 있다.
프라이부르크에서 4시즌째 접어드는 정우영과 마인츠에서 2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이재성은 이번 시즌에도 팀에서 주축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우영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32경기에 출전해 5골 2도움을 기록하며 프라이부르크의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프라이부르크는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를 6위로 마쳐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도 나설 예정이라 정우영에겐 유럽 대항전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뽐낼 기회가 생겼다.
유럽 1부리그에서의 첫해 정규리그 27경기를 포함해 공식전 30경기에 나서서 4골 3도움을 남기며 안착한 이재성은 지난 시즌 막판 무릎 부상으로 아쉽게 시즌을 마감했다. 최근 재활을 마친 이재성은 지난 1일 독일 3부 에르츠게비르게 아우에와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1라운드 경기에 선발 출전해 65분을 뛰며 건재함을 알렸다.
K리그1 울산 현대에서 함께 뛰다 올해 겨울 이적시장에서 나란히 독일에 진출한 이동경과 이동준은 본격적인 시즌을 맞이한다. 두 선수 모두 지난 시즌에 부상을 입어 제대로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 아직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동준은 프리 시즌 도중 허벅지 내전근 부상을 당해 당분간 경기에 나서지 못할 처지다.
지난 시즌 발렌시아에서 마요르카로 이적한 이강인도 절치부심의 심경으로 차기 시즌을 준비한다. 이적 초반에는 주로 선발로 뛰었지만, 새로운 감독이 오고 전술이 바뀌면서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이강인이다. 그는 지난 시즌에 리그 30경기 출전 1골 2도움이라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네덜란드 이적설도 돌던 이강인은 차기 시즌을 앞두고 몸을 끌어올리고 있다. 현재 프리 시즌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차기 시즌 주전 미드필더로 낙점받은 상태다. 프리시즌 5경기에 모두 출전해 기대를 모았다.
유럽에서 새롭게 둥지 튼 김민재·황인범
벤투호의 핵심 선수들 가운데선 올해 유럽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이들도 있다.
지난 시즌 튀르키예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수비수 김민재는 이탈리아 세리에A의 나폴리로 이적했다. 구단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해외 매체들에 종합하면 김민재의 이적료는 바이아웃(이적 허용 최소 이적료) 금액인 1950만 유로(약 261억원)로 추정된다. 연봉은 250만 유로(약 33억5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세리에A에서 뛰는 한국인 수비수는 김민재가 최초다.
김민재는 애당초 프랑스 리그1(1부리그)의 스타드 렌 이적이 유력했지만, 나폴리가 바이아웃을 발동하며 행선지가 바뀌었다. 나폴리는 팀을 지탱해온 쿨리발리의 대체자로 김민재를 낙점했다. 김민재가 수비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이탈리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지난 시즌까지 러시아 루빈 카잔에서 활약하던 황인범은 그리스의 올림피아코스로 이적했다. 황인범은 지난 4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FIFA의 특별 규정을 적용받아 일시적으로 자유계약 신분을 얻고 FC서울로 이적했다. 약 3개월간 서울에서 뛴 황인범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그리스 무대로 향했다.
황인범이 선택한 올림피아코스는 2022~20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은 좌절됐으나, 그리스에서 가장 많은 우승 타이틀(47회)을 보유한 팀이다. 유럽 빅리그는 아니지만 그리스 내 최고 구단에서 재도약을 꿈꾸는 황인범이다.
프랑스에서 3시즌 간 활약한 황의조는 지난 시즌 원소속팀 보르도가 2부리그로 강등되면서 이적을 추진하고 있다. 황의조의 행선지로 황희찬의 소속팀 울버햄튼과 낭트(프랑스)의 2파전으로 가닥이 잡힌 모양새다. 보르도는 황의조의 최소 이적료로 500만 유로(약 67억원) 수준의 금액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구단과 황의조의 선택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