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시험에 응시하는 청년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조사 결과 시험에 응시한 청년 지원자 수는 2019년 11만3765명, 2020년 14만5000명에 이어 지난해 16만968명을 달성하며 전체의 3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올해도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추세입니다. 지난 8일 공인중개사 시험 접수가 시작된 가운데 접수 첫날 큐넷 홈페이지 서버가 지연되는 등 뜨거운 열기를 보여서인데 최근 응시를 결정한 청년들에게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의 일을 도와주기 위해 응시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힌 A씨는 “거래만 몇 개 잘해도 중개수수료를 꽤 받을 수 있고 다른 전문적인 시험에 비해 접근이 쉬운 과목이라 청년층의 응시율이 높은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확실히 공인중개사는 다른 기술직에 비해 육체적 강도와 접근성이 낮은 편입니다. 전문직이고 오래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직업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죠. 중·장년층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점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청년들은 중개수수료로 기대만큼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을까요. 안타깝지만 이전만큼 큰 돈을 벌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난해 10월 시행된 새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도입 결과 6억원 이상 매매와 3억원 이상 임대차 계약의 중개 수수료 상한요율을 인하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매매 기준 중개 수수료 요율 ▲6억원 이상~9억원 미만은 최대 0.5%에서 0.4% ▲9억~12억원 미만은 0.9%에서 0.5%로, 12억~15억원 미만은 0.9%에서 0.6% ▲15억원 이상은 0.9%에서 0.7% 이내로 변경됐습니다.
따라서 10억원짜리 아파트를 매매할 경우 최고 900만원까지 내야했던 중개보수가 500만원으로 인하돼 청년들의 바람과 달리 큰 돈을 얻기는 힘든 현실입니다.
부동산 업계에 바로 뛰어드는 것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최근 국토교통부의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 인원 축소와 상대평가 전환 예고에 준비를 시작했다는 B씨는 “스펙이나 노후 등 차후에 유용할 것”이라며 “시험 난이도가 어려워지기 전에 미리 취득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차후를 대비하는 B씨의 모습은 취업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고군분투하는 인상을 기자에게 남겼죠.
각기 다른 이유로 시험을 준비하는 응시생들이지만 현재 부동산업계는 거래절벽으로 인한 침체기에 빠진 상황입니다.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올해 상반기 전국의 주택 매매량은 총 31만260건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55만9323건) 대비 44.5% 감소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육체적인 피로가 덜한 직업이라 응시를 결정했다”고 밝힌 C씨는 “그래도 부동산 시장이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시험 준비를 시작했지만 최근 시장 침체에 걱정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매년 시험 합격자가 2만명 이상씩 나오고 있지만 실제 개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훨씬 적다”며 “대부분 청년들이 일단 보험용으로 취득만 해두고 개업은 차후 시장 상황을 보고 움직일 듯하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처럼 침체된 시장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은 각자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시험을 접수하게 된 사연은 달랐지만, 생계와 관련된 점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청년들은 과연 시험에 합격하고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요. 또 그들이 공인중개인이라는 꿈을 이룬 이후에는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가 될 수 있을까요. 청년들의 노력과 꿈에 응답하기 위해 정부가 거래 절벽 현상을 해결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
김형준 기자 khj011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