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출시를 두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니의 신경전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지난 1월 MS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선언했다.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MS는 콜 오브 듀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등 유수의 IP를 보유하게 된다.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가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당국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영국, 한국 등 주요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MS는 지난달 FTC가 요구한 인수 계약 관련 문서 제출을 순조롭게 마무리했다. 하지만 최근 영국 경쟁시장청(CMA)이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로 시장 경쟁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면서 MS의 행보에 제동이 걸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콜 오브 듀티 시리즈가 양사 분쟁의 핵으로 떠올랐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현재 PC와 플레이스테이션(PS)4·5, Xbox 시리즈 X·S 등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 하지만 MS가 콜 오브 듀티 IP를 보유한 이상, 더 이상 PS 진영에서는 콜 오브 듀티 신작을 즐길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필 스펜서 Xbox 총괄은 지난 2일 IT 전문매체 더 버지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1월 소니와 만나 콜 오브 듀티를 현재 계약보다 최소 몇 년 더 보장하기로 서명했다”며 “이는 일반적인 게임 계약보다 훨씬 좋은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MS는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를 포함하는 다음 3개의 신작이 PS서 출시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액티비전이 지금처럼 신작 주기를 유지한다면, 소니는 최소한 2024년까지 PS에서 콜 오브 듀티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소니 측은 MS 측의 이러한 제안에 불만을 표출했다. 짐 라이언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 CEO는 지난 7일 게임매체 게임인더스트리에 보낸 성명에서 “필 스펜서와 나누었던 개인적인 사업 논의를 끄집어낼 생각은 없었지만, 그가 이를 공개했기에 기록을 바로잡을 필요성을 느낀다”며 “MS는 현재 계약이 끝난 후 3년 동안만 콜 오브 듀티를 PS에 남기겠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PS에서 거의 20년간 콜 오브 듀티를 서비스해왔지만, 그들의 제안은 여러 측면에서 부적절했고 게이머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게이머들에게 계속해서 최고의 콜 오브 듀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길 원하며, MS의 제안은 이를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소니는 지난달 MS의 블리자드 인수를 심사 중인 브라질 경쟁 당국에 제출한 서류에서 “콜 오브 듀티는 높은 사용자 충성도를 지니고 있으며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Xbox 게임 패스에 해당 게임을 제공하는 것은 반경쟁적인 행위”라고 밝혔다. MS는 “콜 오브 듀티가 독점 우려를 일으킬만한 게임은 아니며 인수 후에도 이 게임을 다른 플랫폼에서 제공할 것”이라며 반박했지만, CMA의 우려 표명 이후 상황은 안갯속 정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한편 대다수의 글로벌 게이머들은 독점 출시의 폐단을 지적하면서도, 소니의 행보를 비판하고 있다. 미국의 게임 전문 블로그 코타쿠의 한 이용자는 “소니는 그동안 ‘마블 스파이더맨’, ‘갓 오브 워’, ‘더 쇼’ 등 다양한 IP의 독점 출시 권리를 행사했다”면서 “이후 MS가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독점으로 출시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는 있어도, 소니가 이런 주장을 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게이머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다수의 이용자는 “소니는 PS4 출시 이후 기간 독점 작으로 많은 이득을 얻은 게임사인데, 지금 와서 짐 라이언이 ‘독점 우려가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