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최종장이 막을 올렸다. T1과 DRX는 오는 6일 오전 9시(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체이스 센터에서 롤드컵 우승컵을 놓고 맞대결을 벌인다.
이번 결승전은 2017년 이후 5년 만에 한국 팀 간의 내전으로 열린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4개 팀은 작년에 이어 8강에 전원 진출하며 경쟁력을 과시했다. 치열한 경쟁 끝에 T1과 DRX가 살아남아 최종 무대에 올랐다.
#1. ‘불사대마왕’의 부활이냐, ‘소년만화’의 해피엔딩이냐
한국 팀 간의 내전이지만, 해외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양 팀의 서사가 모두 특별해서다.
T1은 LoL e스포츠 최고의 명문이다. 특히 T1의 주장 ‘페이커’ 이상혁(26)은 리그에서만 10번 우승하고, 롤드컵에서 3차례 우승한 역대 최고의 선수다. 그가 보여주는 무시무시한 경기력에 경외를 표하고자, 해외에선 그를 ‘불사대마왕’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T1과 이상혁은 2017년 대회 준우승 이후 지난 5년 간 롤드컵 결승 무대와 연이 없었다. 긴 시간을 견뎌내고 결승에 오른 만큼, 2016년 이후 6년 만에 왕좌에 앉을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린다.
이에 맞서는 DRX는 이번 대회에서 기적과 같은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서머 시즌 6위에 그친 DRX는 롤드컵 선발전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롤드컵으로 향하는 막차 티켓을 따냈다.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랐지만, 예선 격인 플레이-인 스테이지를 5전 전승으로 통과했고 그룹스테이지에선 우승 후보를 제치고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8강에선 디펜딩챔피언 에드워드 게이밍(EDG)에 리버스 스윕(패패승승승)을 안기며 극적으로 4강에 올랐고, 4강에선 LCK 서머 시즌 우승팀 젠지 e스포츠를 3대 1로 완파하며 기염을 토했다.
언더독의 신분으로서 세간의 평가를 뒤집고 결승까지 올라온 DRX가, T1 마저 꺾고 자신들의 드라마를 완성시킬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DRX의 주장 ‘데프트’ 김혁규(26)가 자신의 첫 롤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이상혁과 마포고등학교 동문인 그는, 2013년 함께 데뷔했지만 번번이 롤드컵 우승엔 실패했다. 자신의 데뷔 첫 롤드컵 결승에서 뜻 깊은 수확에 성공할지 팬들의 눈길이 쏠린다.
김혁규는 4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페이커 선수와 같은 고등학교를 나오고 같은 시즌 데뷔를 했는데, 페이커 선수가 항상 나보다 앞서 나가 좀처럼 따라 잡을 기회가 없었다”며 “이번에 결승에서 그동안 당했던 걸 복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2. 바텀
이번 맞대결 승부처가 될 라인은 바텀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DRX는 앞선 경기에서 바텀 듀오의 넓은 챔피언 폭을 바탕으로 주도권을 잡아왔다. 일례로 ‘베릴’ 조건희의 ‘하이머딩거’ 서포터는 고정 밴 카드로 활용될 만큼 상대에게 부담을 짊어줬다.
다만 이번 대회에서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는 T1의 ‘구마유시-케리아’ 듀오를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느냐는 미지수다. T1의 바텀 듀오가 징동 게이밍 인텔과의 4강전 4세트에서 다소 불리한 상성을 뒤엎고 솔로킬을 따낸 모습이라던가, 로열 네버 기브업(RNG)과의 8강전에서 ‘하이머딩거’를 활용하는 등 챔피언 폭에 제약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터라 DRX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바텀에서의 주도권을 상실한다면, 경기 분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T1 쪽으로 넘어갈 수 있다. 베테랑 김혁규와 조건희(25)가 어떤 조합으로 T1에 맞설지가 시리즈의 주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반면 T1의 경우 이번 대회 최고의 원거리 딜러로 평가 받는 ‘구마유시’ 이민형(20)이 또 한 번 큰 무대에서 클러치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3. 제카
DRX가 자랑하는 최고의 무기는 미드라이너 ‘제카’ 김건우(19)다. 데뷔 3년 차에 불과한 그는 자신의 첫 롤드컵 무대에서 ‘규격 외’ 선수로 성장했다. 플레이-인에서 RNG의 베테랑 ‘샤오후’를 압도한 그는, 8강에선 만난 ‘스카웃’ 이예찬을 벼랑 끝 5세트에서 4연속 솔로킬 내며 괴력을 자랑했다. 4강에서도 무력의 정점에 섰다는 ‘쵸비’ 정지훈을 4개 세트 연속 압도하며 판정승을 거뒀다. 혹 ‘사일러스’나 ‘아칼리’가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T1에게 당혹감을 안길 수 있는 선수다.
다만 그의 상대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 이상혁이다. 이상혁 역시 이번 대회에서 전성기를 연상시키는 활약상을 보이고 있다. 얼마든지 김건우의 발을 미드 라인에 묶어두고, 타 라인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예상 범주를 벗어난 그의 변칙 플레이는, 운영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 DRX에겐 치명적인 무기로 작용할 수 있다.
신예의 패기로 똘똘 뭉친 김건우가 ‘킹 슬레이어’로 거듭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