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형 상장 증권사 5곳(미래에셋증권⋅한국금융지주⋅NH투자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업계 평균 추정치)는 3조5573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영업이익(6조8180억원)보다 47.82% 급감했다.
이들 증권사 중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가장 큰 곳은 미래에셋증권으로 9790억원이다. 작년 영업이익(1조4855억원)보다 34%나 줄어든 수치다.
이어 △메리츠증권(9470억원)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포함·8644억원) △삼성증권(6954억원) △키움증권(6827억원) △NH투자증권(5165억원) 순이다.
지난해 증시 호황에 힘입어 △한국금융지주 1조5210억원 △삼성증권 1조3087억원 △NH투자증권 1조2939억원 △키움증권 1조2089억원 등 5개 사가 1조 클럽에 가입한 것과 대비된다.
글로벌 긴축으로 증시가 부진하면서 증권사들의 실적이 악화했다. 투자자 이탈로 인한 위탁매매 수수료 감소, IB(기업금융) 부문 실적 악화 등 악재가 겹쳤다.
지난 11월 하루 평균 코스피 매수금액은 8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11월(11조7000억원)보다 26% 떨어졌다. 글로벌 기준금리 상승 여파로 채권 금리도 함께 상승(채권 가격 하락)하면서 증권사 보유 채권의 가치가 줄어든 것도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반면 메리츠증권이 불안한 업황 속에서도 리스크 관리 하에 IB, 세일즈&트레이딩 부문 등에서 큰 이익을 거두면서 업계 선두로 올라 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8234억원으로,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1970억원)를 달성하면 연간 영업이익은 1조204억원이 된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당사는 부동산 PF에서 95%가 선순위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10여 년 넘게 디폴트 난 것이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신규 딜은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리스크를 철저히 고려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는 내년에도 증권업황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발표한 ‘2023년 산업 전망’을 통해 증권업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금리 급등과 증시 위축 등으로 인한 비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져 이익창출력이 약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불어 부동산 경기 침체, 기업 이익 감소에 건전성 저하 등으로 IB 부문 실적 악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도 증권업에 대해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WM/IB 영업이 위축되면서 올해 순이익 규모가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채권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운용 손실 폭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 완화와 더불어 주식 시장의 반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올해보다는 좀 더 나은 실적이 기대된다”라면서도 “지난 5년간 부동산 PF 사업이 증권사들의 빠른 성장세에 기여했으나, 조달 비용 상승과 부동산 시장 조정 등으로 인해 앞으로는 투자보다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IB 수수료 손익의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올해 시장을 관통한 악재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내년에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긴축이 끝나가고 있고 이에 따라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올해 내내 이슈였던 채권평가손실이 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부동산 익스포저도 손실을 확정하고 나면 추가 우려가 소멸하기 때문에 내년에는 실적 개선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