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거합니다 [쿠키청년기자단]

우리 동거합니다 [쿠키청년기자단]

기사승인 2023-02-20 06:00:11
김도희씨가 동거 중인 남자친구와 함께 집에서 밥을 먹고 있다. 본인 제공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신념이 중요한 2030세대가 동거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숨길 필요 또한 없다는 게 이들의 이야기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브런치까지... 동거 경험 공개하는 2030

동거 경험을 거리낌 없이 공개하는 청년이 많아졌다. 유튜브에 ‘동거 커플’, ‘동거 브이로그’를 검색하면 동거하는 모습을 공유한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살림을 합치기 위해 이사 하는 모습이나 함께 요리하는 모습 등이 담겨있다. Q&A 영상을 통해서 동거를 시작한 이유와 장단점을 구독자와 솔직하게 나눈다. 동거 브이로그를 꾸준하게 올리는 한 채널 운영자는 “동거에 대해 막연하고 부정적인 인식이 많아 오해를 해소하고 싶어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20대와 30대가 많이 이용하는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서도 동거가 인스타툰(인스타그램에서 연재되는 일상 만화) 소재로 등장한다. ‘동거툰’을 검색하면 지난 14일 기준 651개의 해시태그가 나온다. 동거를 시작한 계기나 함께 살면서 일어난 일화를 그린다. 독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8만8000명이 팔로우하는 한 인스타툰 계정에서 10회에 걸쳐 소개한 동거 경험 에피소드는 모두 5000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댓글에는 친구를 태그하며 “재밌다”, “이 시리즈 처음부터 꼭 봐”라며 추천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동거 5년째인데 공감 가는 부분이 있어서 반갑다”는 반응도 있었다.

영국인 남자친구와 함께 사는 김도희(32・여)씨는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 동거 경험을 공유한다. 2020년 러닝클럽에서 만난 두 사람은 연애 3개월 차에 동거를 시작했다. 남자친구의 동거 제안에 망설이기도 했지만, 충분한 대화를 나눈 후 결정했다. 동거 문화에 익숙한 영국인 남자친구의 영향도 있었지만, 동거에 대한 김씨의 생각은 7년 전 스웨덴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 바뀌었다. 같이 있고 싶어서, 경제적인 부담을 덜고 싶어서 동거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많은 친구를 보면서 합리적이라고 판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자신이 쓴 글이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특히 “여전히 동거를 부정적으로 보고 여성에게 엄격한 한국 사회에서 내 경험으로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청년, 동거에 당당한 이유는

동거하는 청년들은 남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신념이 중요하고 말한다. 1년째 동거 중인 차종관(27)씨는 동거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지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여자친구와 집에서 함께 보내는 일상을 자연스럽게 공유한다.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는 걸 알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차씨는 “연인이 결혼하지 않고 같이 살면 문란하다고 여기는 인식이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주변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19년 실시한 ‘1534세대의 라이프스타일 및 가치관 조사’에서 응답자의 53.6%가 ‘사회・타인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삶의 방식보다 나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선택한다’는 문항에 긍정적으로 답했다. 반면 ‘그렇지 않다’는 비율은 11.7%에 그쳤다.

동거를 선택하는 청년이 많아진 배경에는 경제적인 이유가 있다. 신모(26・여)씨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남자친구와 또 다른 친구까지 총 셋이 살면서 생활비가 줄었다. 2018년 동거 당시 보증금 3000만 원과 월세 50만 원을 세 명이 똑같이 나눴다. 집에서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 데이트 비용도 아낄 수 있었다. 신씨는 “연인이든 친구든 같이 사는 게 경제적으로 훨씬 합리적이다. 앞으로도 잘 맞는 사람이 있으면 또 동거할 것”이라며 “필요해서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숨기고 싶은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심리적인 안정감도 중요한 요소가 됐다. 지난 3월 위모(24・여)씨가 코로나에 걸렸을 때 같이 사는 남자친구가 그를 간호했다. 아파서 아무것도 못 하자 직장에도 대신 연락했다. 위씨에게 남자친구는 가족이었다. 위씨는 “힘들 때 서로 가장 가까이에 있다는 게 위로가 된다”고 전했다.

한여혜 쿠키청년기자 gksdugp@naver.com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오피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