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는 ‘청년’에 특히 주목하는 매체다. 정치 출입 기자인 필자는 자연스럽게 청년 정치와 청년 정치인에 대해 깊은 관심을 두기 마련이다. 아직 정치권에서는 청년의 나이로 불리는 데다가 기성 정치와 다른 신선하고 번뜩이는 청년 정치를 바라면서 여러모로 응원한다.
하지만 실제로 정치권에서 만나는 청년 정치인들이 기성정치인들과 다소 다른 모습인가 묻는다면 확신을 갖고 ‘맞다’고 답하긴 다소 주저된다. 대한민국과 당의 미래를 보고 청년 정치에 주목하고 있지만, 신선하다는 느낌은 꽤 부족하다. 도리어 ‘청년’이라는 네이밍만을 앞세운 기성정치인같다는 느낌도 든다.
특히 최근 청년 정치인과 관련된 주요 이슈를 취재하면서 청년 정치인들의 진중하지 못한 발언과 무게감에 더욱 실망하게 됐다.
헌정사상 최초로 현역 기초의원이 군 대체복무에 나서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단독 취재를 진행했다. 주인공은 강서구의회 소속 김민석 구의원으로 올해 만 30세를 넘겨 현행법에 따라 입대해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
선출직 지방의원의 임기를 보장하지 않은 채 당장 군 복무에 나서라는 것은 맞지 않기에 입법 미비에 대한 문제점을 확인, 당사자의 난처한 처지를 듣기 위해 전화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당황스러웠다.
김 의원은 전화를 건 취재기자에게 “왜 이걸 취재하느냐” “○○○ 의원(상대 당 의원)이 물어보라고 시킨 것이냐” “쿠키뉴스는 취재 거부하겠다” 등등 공인으로서 무책임한 말들을 쏟아냈다.
본인의 신상이 걸린 만큼 답변에 민감할 수는 있겠으나 자신의 현재 위치와 발언의 무게를 모르는 듯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공인의 병역 의무에 대해 국민을 대신해 물었던 것인데 취재를 왜 하려고 하느냐는 그의 말에 잘못 들은 게 아닌지 착각할 뻔했다.
‘병역’은 전 국민적 관심사다. 국위선양을 이유로 ‘병역 면제’ 얘기가 돌던 아이돌 그룹 BTS 멤버도 공방 끝에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있어 결국 입대했다. 그만큼 병역문제는 우리 사회에서는 꽤 엄중하고 엄격하다. 하물며 현직 정치인의 군 대체복무 겸직을 허용한다는 것은 국민 정서상에도 맞지 않다.
또 김 의원은 취재기자에게 “상대 당에서 해당 사실을 알려줬느냐” “누구와 친해서 이런 보도 내는 것이 아니냐”는 식의 다소 폄훼성이 느껴지는 발언을 던졌다.
기자는 진실을 위해 누구에게든 듣고 또 누구에게든 묻기 마련이다. 사사로운 감정이 아닌 사실을 확인하고 그에 근거해 보도하는 게 올바른 언론의 자세인데 마치 ‘기레기’로 깎아내리는 듯한 거친 말들에 적잖아 상처받았다.
취재의 시작이 제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고, 어떠한 감정도 담지 않았다. 입법 미비로 인해 현역 기초의원의 입대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현실의 문제였고,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사실에도 공감했기에 공익성이 있는 취재라고 판단했다.
개인 신상과 관련된 문제이기에 더욱 꼼꼼하게 법 규정을 확인했고, 명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주무처인 병무청을 비롯해 중앙선관위, 행안부, 강서구의회, 양천구시설관리공단, 국회 의원실까지 여러 곳을 수차례에 걸쳐 취재했다. 혹여 놓치는 법 규정이 있을까 싶어 주요 사항을 메모해가면서 기사를 쓰고 지우길 반복했다.
‘청년 정치인’이라는 직함을 내세우고자 하는 이들은 자신 발언의 무게감을 느껴야 한다. 특히 청년 정치가 막 탄력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 어느 때보다 정치권이 청년 정치에 주목해 정치하고자 한 청년들에게 더 수월한 기회가 보장한 만큼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단순히 나이만 청년이라는 사실 때문에 주어진 기회는 더 이상 없을 가능성이 크다. 또 자신의 발언이 다음 대 청년, 정치 입문을 바라는 다른 청년 정치 후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야 한다.
지난해 6·1 지방선거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30대 지방의원은 벌써 3명 이상에 달한다. 업무상 횡령부터 도박, 사기, 상해 등 각종 범죄 이력을 지니고도 공직자가 된 이들도 수두룩하다.
긍정적인 평가보다 안 좋은 일들로 청년 정치의 부정적 이미지가 계속 두드러진다면 과연 다음 선거, 현실정치에서 청년 정치의 기회를 보장해 달라고 당당히 요구할 수 있을까.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