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0여장. 그룹 에이티즈가 2018년 데뷔 음반으로 올린 초동(발매 일주일간 판매량) 기록이다. 비슷한 시기 데뷔한 그룹 스트레이 키즈(3만1200여장), 더 보이즈(24100여장)와 비교하면 많다고 말할 수 없는 수치다. 그 후 5년. 에이티즈는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미국 빌보드 메인 음반차트에 세 차례나 자신들 이름을 올려놓고 세계 각지를 돌며 공연을 연다. 해외 팬이 먼저 알아본 K팝 그룹. 말 그대로 ‘중소돌’의 기적이다.
“에이티니(에이티즈 팬덤)의 힘이 세고 단단하다는 걸 실감했어요. 그만큼 책임감도 따릅니다.” 지난달 22일 서울 역삼동 한 카페에서 만난 에이티즈 멤버들은 지난날의 소회를 이렇게 전했다. 이들이 생각한 인기 비결은 뭘까. 우영은 “투지”를 꼽았다. “무대에 오를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요. 그런 마음과 투지가 잘 전달되나 봐요.” 최산 역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간절함을 팬들이 알아보셔서 우리를 아껴주시는 것 같다”고 짚었다.
오는 28, 2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여는 앙코르 콘서트 ‘더 펠로우십: 브레이크 더 월’(THE FELLOWSHIP: BREAK THE WALL)은 멤버들이 언급한 투지와 간절함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에이티즈는 지난해 하반기 두 차례 월드투어를 연달아 진행하며 세계 팬들을 만났다. 공연만으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텐데, 그 사이 미니음반 두 장과 일본 싱글 한 장도 냈다. 투어 사이사이 “공연을 여는 지역의 역사를 공부”(우영)하고, “박물관과 미술관 등을 다니며 예술적으로 성장”(홍중)하려고도 한단다.
여덟 청춘의 불꽃이 폭발하는 곳은 단연 무대 위다. ‘칼군무’가 꽃인 K팝 시장에서도 에이티즈의 박력 있는 퍼포먼스는 돋보인다. 공연 전 운동선수에 버금가는 강도로 몸을 풀어야 할 정도다. 최산은 “운동선수를 관리했던 팀장님, 도수치료를 담당하는 대리님 등이 몸풀기를 도와준다”고 귀띔했다. 리더 홍중은 “투어를 돌면서 멤버 모두 컨디션 조절을 이전보다 성숙하게 해낸다”고 돌아봤다. 하루아침에 완성된 실력이 아니다. 소속사 KQ엔터테인먼트는 에이티즈를 데뷔시키기 전, 멤버들을 한 달간 미국으로 보내 춤을 배우게 했다. 우영은 “일종의 안무연수를 받은 셈”이라며 “더 넓은 세계를 보며 한층 성장하는 기회였다”고 떠올렸다.
데뷔 후 5년간 다 쓴 여권만 2~3개. “1년에 5~6개월은 해외에서 보내는 기분”(우영)이 들 정도로 찾는 곳이 많다. 멤버들은 하늘을 나는 시간조차 허투루 쓰지 않는다.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려고 해요. 음악을 들으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책도 읽고, 외국어도 공부하죠.” 최산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과연, “팬들이 우리를 보고 자극받아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고 말씀하신다”(홍중)고 할 만한 면모였다. 민기는 “무대 아래에선 우리도 팬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청년이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덕분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일방적으로 선망하는 관계가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유대감을 쌓을 수 있었다”는 게 윤호의 설명이다.
해외에서 누리는 높은 우려에 비해 한국 내 인지도가 낮다는 우려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홍중은 “(국내외 인기 격차는) 상대적인 부분”이라면서도 “해외 일정이 많아 한국 팬들이 아쉬워하는 마음은 잘 알고 있다. 올해는 이를 해소할 만한 일들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에이티즈의 음악적 지문은 힙합과 전자음악을 섞은 강렬한 사운드. 쉽게 귀에 맴도는 음악이 최근 추세라지만, 멤버들은 “히트곡을 내기 위해 우리의 청사진을 바꾸지는 않으려고 한다”고 힘줘 말했다. “우린 뜨겁게 살아” “내 신념을 지켜”라는 ‘멋’의 노랫말은 에이티즈의 삶과도 닮아 있었다.
“어디서든 울려 퍼지는 히트곡을 만드는 걸 왜 바라지 않겠어요. 다만 히트곡을 만드는 데만 몰두해서 음반을 만들지는 않아요. 저희는 데뷔 때부터 하고 싶은 음악이 뚜렷했고 장기 계획도 갖고 있어요. 대중성을 위해서 항로를 바꾸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우리의 틀 안에서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노래를 만들려고 해요.”(홍중)
“그래도 에이티즈는 에이티즈다운 음악을 해야죠. 우리의 길을 꾸준히 나아가면 언젠가 더 많은 분이 우리를 알아봐 줄 거란 마음으로 매 무대를 마지막처럼 준비하고 있습니다.”(최산)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