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이 차액결제거래(CFD) 계좌 신규 개설을 중단했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조작 의혹 사태의 원인이 CFD로 지목돼서다.
8일 키움증권은 이날부터 국내와 해외주식 CFD 신규 계좌 개설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신규 가입은 불가능하지만 기존 CFD 계좌 보유 고객은 계속 거래할 수 있다.
앞서 키움증권은 CFD 자체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은 지난달 28일 금융감독원·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이후 “주가조작 세력들이 CFD를 활용한 것”이라며 “그 자체를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익래 다움키움그룹 회장의 불공정거래 연루 의혹이 불거지고, 금융감독원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리스크 방지를 위해 CFD 계좌 개설 중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키움증권은 SG증권과 CFD 계약을 체결한 증권사로 알려졌다.
지난 2015년 CFD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교보증권도 이달 4일부터 CFD 계좌 신규 개설을 중단했다. 교보증권은 지난 2월 말 기준 CFD 잔액 6131억원으로 관련 거래를 하는 증권사 중 1위다. 키움증권의 경우 2위인 5181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도 CFD 가입 중단 방침을 밝혔다.
CFD는 개인이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진입가격과 청산가격의 차액(매매 차익)만 현금으로 결제하는 장외 파생상품 거래를 말한다. 증거금을 내고 증권사가 대신 주식을 매매해서 차익은 투자자에게 지급되고 증권사는 수수료를 가져간다. 실제 주식 매수 없이 주가 변동으로 인한 차익 실현이 가능한 셈이다.
특히 CFD는 고액자산가들이 많이 찾는 상품으로도 알려졌다. 이는 절세 혜택에 기인한다. CFD는 국내와 해외 가리지 않고 양도소득세가 11% 적용된다. 국내에서 해외주식에 직접 투자하면,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는 22%다. CFD는 절반 수준이다. 또한 대주주 요건에 대한 양도소득세 적용에서도 자유롭다.
그러나 거래 구조상 투자 주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실제 사고파는 주체가 외국계 증권사이기 때문에 투자 주체별 거래 실적에 외국인 수급으로 잡힌다. 이번 사태의 중심이 된 CFD 계좌에 담긴 8개 종목은 외국인이 매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수급 착시 현상을 부른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또 다른 문제는 고위험 투자상품으로 증시 전반의 변동성에 대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CFD로 매입한 주식의 가격이 떨어져 증거금이 부족해지면 다음 거래일까지 채워 넣어야 한다. 증거금을 채우지 못하면 '반대매매'에 몰리게 된다. 주식을 강제로 매도해 해당 종목 가격에 하방 압력이 가해진다. 이로 인해 주가는 자연스럽게 폭락한다. 증시 전반의 변동성을 높이는 셈이다.
현재 CFD 거래는 전문투자자에게만 허용됐다. 하지만 지난 2019년 11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개인 전문투자자 등록 요건이 완화됐다. 이에 CFD 거래 규모는 2020년 30조9000억원에서 2021년 70조1000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이번 대규모 주가조작 의혹 사태로 CFD 관련 규제는 강화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CFD 증거금 최소 비율인 40%를 소폭 상향하거나 CFD 만기 도입 및 잔고 공시 등을 추진할 것으로 유추된다. 또한 CFD 규제를 강화할 경우 개인 전문투자자의 투자를 당분간 중지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