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인력공단이 국가기술자격시험에 응시한 609명의 답안지를 채점하기도 전에 파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인력공단은 재시험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시험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24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서울 은평구 연서중학교에서 치러진 ‘2023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 답안지 609장이 공단 관계자의 실수로 채점 전에 파쇄됐다.
당시 해당 시험장에서 배송된 답안지는 서부지사로 옮겨진 뒤 다음날 관할 16개 시험장의 답안지 포대를 공단 본부 채점센터로 보냈으나, 이 과정에서 609명의 답안지가 담긴 1개 포대는 담당자 착오로 누락됐다.
파쇄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은 시험을 치른 지 약 20일이 지난 뒤였다. 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시험 후 잔여 문제지는 시행 종료 후 폐기할 수 있는데, 서울서부지사에서 잔여문제지 등 인쇄물과 파지를 파쇄할 때 착오로 답안지 포대가 함께 파쇄됐다”고 해명했다.
인력공단은 이번 사고에 대해 보상안을 발표했다. 취업과 진학 등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내달 1~4일과 24~25일 중 응시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해 재시험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재시험 미희망자에게는 수수료를 전액 환불조치 한다.
또 재시험을 위한 교통비를 지원하고, 정기 검정(기사 2회)에 대한 수수료 면제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도 이미 끝난 시험을 다시 준비해야 하는 피해 응시생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응시한 시험을 다시 봐야하는 부담감 뿐 아니라 추가 시간을 소모해야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시험의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보인다. 답안지가 파쇄된 시험과 재시험 문제가 다르기 때문에 응시자 체감 난이도도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어수봉 공단 이사장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국가 자격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해야 할 공공기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점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공단이 자격 검정 관리를 소홀하게 운영해 시험 응시자 여러분께 피해를 입힌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철저한 조사로 잘못된 부분을 확인하고 저를 비롯해 관련 책임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일부 응시자들은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