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시가 경계경보 위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가 행정안전부가 이를 오발령으로 정정하며 시민들이 대혼란에 빠졌다. 이를 두고 서울시의 경보전달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는 1통제소가 전화를 받지 않아 2통제소에 문의하는 등 해석에 만전을 기해 경계경보를 발령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서울 외 15개 광역지자체를 대상으로 지난달 31일 아침 북한 발사체 관련 경계경보 검토상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구를 제외한 지자체 대부분은 당일 행안부 지침을 백령지역에만 경계경보가 발령됐다고 해석해 자체 경계경보를 발령하지 않았다. 대구는 기한 내 답변을 보내지 않아 제외됐다.
서울시만 오독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난달 31일 오전 남쪽으로 우주발사체를 발사하자, 행안부는 오전 6시30분경 ‘현재시각 백령지역 북한 정찰위성 발사에 따른 경계경보 발령, 경보를 미수신한 지역은 자체적으로 실제 경계경보를 하라’는 내용의 음성지령메시지를 보냈다.
이를 두고 서울시는 오전 6시41분쯤 “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이라는 위급재난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다른 지자체들은 자체 경계경보를 발령하지 않았다. 행안부 지령이 ‘백령면 대청면’에만 해당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민방위 경보 발령·전달 규정’에 따르면 대상 지역 내 단말 중 미수신 단말에 대해서는 자체 발령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음성 지령에 ‘백령지역’을 명시했으므로 대상 지역만 자체 발령해야 하는데, 서울시가 이를 잘못 판단했다는 것이 장 의원의 설명이다.
대전은 “일제지령방송 문구에 백령지역을 명시해 실제 경계경보를 발령했으므로, 해당 사항은 대전과 관련 없는 것으로 판단돼 상황 대기했다”고 했고, 부산도 “발령지역인 백령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다르게 대처한 곳도 있었다. 전북의 경우 정확한 해석을 위해 중앙통제소에 전화를 했는데 1통제소가 전화를 받지 않아 2통제소에 문의를 했다. ‘백령도 지역에만 해당하는 국지적인 상황’이라는 답변을 듣고 경계경보를 발령하지 않았다. 서울은 중앙통제소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받지 않아 자체적으로 경보 발령을 판단했다고 밝혔다.
북한 접경 지자체 역시 통상적 규정에 따라 자체경보를 발령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보 발령 지역이 포함된 인천의 경우 백령지역에 이미 행안부가 경계경보 발령 및 재난문자 전송을 한 걸 확인해 경계경보 발령이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 강원도는 지역 군부대장이 경보 발령을 요청받을 때 경보를 발령할 수 있다는 법령에 따라 도내 지역부대에 특이동향 없음을 확인하여 경계경보를 발령하지 않았다.
장 의원은 “지자체들의 판단과 법령을 검토해보니, 경보전달훈련을 제대로 했다면 행안부 지령을 서울시가 경계경보를 자체발령하라는 의미로 도저히 해석할 수 없어 보인다”며 “오발령이 아니라는 오세훈 서울시장 시장의 입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측의 해명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서울시 측은 긴급한 상황인 만큼 선제적으로 경계경보를 내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장 의원은 “경보만 덜컥 발령해놓고 구체적인 설명도 대피지침도 없이 혼란만 초래한 걸 모자란 것보다 지나친 게 낫다며 정당화시킬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태원 참사에 이어 또다시 서울의 재난대응체제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경보전달체계를 점검하고 원인을 파악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