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A씨는 최근 유튜브를 보다 정부지원 채무 통합이라는 광고를 보게 됐다. 코로나19 기간 이곳 저곳에서 돈을 빌린 A씨는 정부에서 대환대출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해당 링크를 통해 홈페이지에 접속했고, 대출을 신청했다. 하지만 곧 A씨는 후회하게 됐다. 정부지원 대출도 아닐 뿐더러, 금리도 이전 대출과 별 차이도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지원’이나 ‘근로자대환’ 등 마치 국가가 지원하는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것처럼 위장해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게 만드는 ‘정부 사칭 대출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실 이런 ‘정부 사칭 대출광고’들은 이전부터 계속해서 존재했다. 금융당국과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실효성 있는 대응을 하고 있지만 선제적 차단은 여전히 어렵다보니 금융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올해 초 언론과 인터뷰에서불법사금융 피해 근절을 강조했던 이재연 원장의 다짐이 무색해졌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서민금융진흥원 등 정책금융 지원기관이 운영하는 저금리 서민금융상품을 사칭하는 불법 광고가 증가하고 있다며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금감원은 최근 정부에서 선보인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가 큰 관심을 받으면서 ‘근로자대환대출’, ‘채무통합지원’ 등 문구를 통해 정부 또는 서민금융 지원기관의 저금리 서민금융 상품으로 속이는 불법광고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정부사칭 불법광고들은 지난해에도 기승을 부리면서 금융소비자들을 현혹해왔는데, 이를 쿠키뉴스가 지적한 바 있다. (정부지원대출·서민통합지원?...정부 사칭 ‘사금융’ 주의)
이런 사칭 사이트들은 태극기, 혹은 정부에서 사용하는 폰트인 ‘대한민국정부상징체’를 사용해 금융공기관이나 정부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인 것처럼 위장하거나 서민금융진흥원의 상징색과 비슷한 색을 이용해 금융소비자들을 속이는 수법을 사용한다. 이들은 대부분 ‘미등록업체’로 불법 사금융 업체들이다. 정식 금융사의 대출을 알선하지 않고 불법 사금융을 알선하거나 개인정보를 노려 추가적인 계좌번호나 정보들을 빼돌리는 ‘스미싱’ 피해까지 입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과 서민금융진흥원에서는 사칭 업체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금감원은 향후 한국대부금융협회 등과 공동으로 정부지원 서민금융상품 사칭 온·오프라인 불법광고 점검도 실시하기로 했으며, 서민금융진흥원에서는 이번 달 초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불법 대부광고에 사용된 전화번호를 자체적으로 이용중지 요청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 사칭 대출광고 업체들은 네이버나 구글 등 검색포털이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유튜브 광고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검색매체 등에서 광고를 통해 서민금융진흥원이 운영하는 공식 온라인 홈페이지인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보다 앞서 있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이재연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최근 불법사금융 피해 근절을 선언하고 전방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 무색할 정도다.
실제로 정부 사칭 불법 대출광고들의 피해는 꾸준히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까지 5년간 접수된 불법금융 광고는 268만5906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불법대부 광고가 177만8832건으로 66%를 차지한다. 또한 지난 5월1일부터 6월9일까지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신고 상담 수는 132건으로 집계되는 등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금원에서는 “대부업법이 개정되면서 불법 대부업에 사용된 번호를 색출해서 이용 중지 신청을 할 수 있는 권한은 있지만, 온라인상에 노출된 사기 업체 홈페이지들을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은 서금원이나 금감원에 없다”며 “정책금융을 사칭한 건에 대해서는 관할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요청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금융소비자단체에서는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 이사장은 “서금원 내에서 모니터링만으로 사칭 업체들에 대한 빠른 대응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더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일반 금융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포상금 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이사장은 “사칭 업체들을 근절하기 위해선 인터넷 홈페이지 차단 뿐 아니라 스팸 메일도 적극적으로 차단해야 하는데, 서금원과 금감원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스팸 메일 발송으로 이득을 취하고 있는 대형 이동통신사들을 대상으로 규제가 적용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