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당시 조선왕조실록과 태조 어진을 전북 정읍 내장산으로 이안하는 행렬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내장산 조선왕조실록 보존터로 가는 탐방로에 설치됐다.
정읍시는 임진왜란 당시 전쟁의 참화를 피해 조선왕조실록과 태조 어진 등을 내장산 용굴암으로 이안한 안의·손홍록 선생을 기리기 위해 조형물을 설치했다고 23일 밝혔다.
조선왕조실록은 태조부터 철종까지 472년간의 역사를 편년체로 기록한 역사서로,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전 조선실록은 춘추관, 성주·충주·전주사고 등 4개 사고에 나눠 보관했었다. 전쟁의 참화에 전주사고를 제외한 사고에서 보관하던 조선왕조실록은 모두 소실됐고, 전주사고본도 소실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에 정읍의 선비 안의와 손홍록은 같은 해 6월 22일(당시 음력 기준) 실록을 지켜내기 위해 마을사람 20여명과 함께 전주사고에 보관된 조선왕조실록을 내장산 용굴암으로 옮겼고, 이후 더욱 험준한 은적암, 비래암 등으로 옮겨가며 1년여 간 안전하게 지켜냈다.
또한 이들은 익산, 아산, 인천, 강화부까지 옮겨질 때도 사재를 털어 동행하며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냈고, 두 선비는 이 과정을 ‘임계기사(전북도 유형문화재)’로도 남겼다.
전쟁이 끝난 후 조선왕조는 전주사고본을 모본으로 복본해 춘추관, 마니산, 태백산, 묘향산, 오대산 사고 등 더 안전한 깊은 산중에 보관해왔다. 이를 통해 조선왕조실록은 1997년 훈민정음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정읍시 관계자는 “기록문화재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 안의·손홍록 선생을 비롯한 선조의 숭고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 조형물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정읍=박용주 기자 yzzpar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