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제 사태’ 여파 지속…중국, LG배 불참 선언 [바둑]

‘커제 사태’ 여파 지속…중국, LG배 불참 선언 [바둑]

기사승인 2025-04-23 18:12:37 업데이트 2025-04-23 18:25:40
‘LG배 파행’ 사태 당시 한국 손근기 심판에거 삿대질을 하며 언성을 높인 커제 9단. 쿠키뉴스 자료사진

심판 판정 불복에 이은 경기장 무단 이탈로 메이저 세계바둑대회 역사상 초유의 ‘몰수패’ 논란을 초래했던 ‘커제 사태’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LG배 3국이 끝난 직후 중국바둑협회는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낸 바 있다.

23일 쿠키뉴스 취재 결과, 중국바둑협회는 오는 5월 열리는 제30회 LG배 세계기왕전 불참을 공식화했다. 메이저 세계대회 8회 우승의 커제가 스스로를 ‘9관(메이저 세계대회 9회 우승)’이라 칭하고 있고, 중국바둑협회 또한 LG배 결과에 불복한다고 공식 성명까지 낸 터라 중국이 LG배를 ‘보이콧’ 하지 않겠냐는 추측은 많았지만, 공식 입장이 나온 건 오늘이 처음이다.

중국바둑협회 관계자는 “지난 제29회 LG배 결승 3국이 끝난 이후 성명(판정 불복)을 냈고, 한국기원에 재대국과 심판 징계 등을 요구했으나 한국기원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제30회 LG배 불참 사유를 밝혔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중국이 이번 LG배에 불참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지금은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LG배 불참 조치가 한국과 바둑 교류 단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도 했다. 중국바둑협회 관계자는 “이번 LG배 불참 결정이 향후 한국에서 열리는 다른 세계바둑대회에도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사태는 지난 1월22일 열린 제29회 LG배 결승 2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결승 1국에서 기선을 제압하면서 우승까지 단 1승을 남긴 중국 커제 9단은 2국에서도 초반부터 큰 우세를 잡았다. 하지만 한국에만 존재하는 ‘사석(死石·따낸 돌)’ 관리 규정에 의해 경고 1회와 벌점 2집을 받은 데 이어, 잠시 후 다시 같은 규정 위반으로 ‘반칙패’를 당했다.

1-1 상황에서 펼친 결승 3국은 반대로 변상일 9단이 유리한 흐름이었다. 커제 9단의 패배가 결정적인 국면에서 초·중반 사석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던 커제 9단이 연속해서 따낸 돌을 아무렇게나 던지는 행위를 반복했고, 심판이 개입해 경고 1회와 벌점 2집을 부여했다. 

커제 9단은 심판 판정에 불복해 크게 항의했다. 한국 손근기 심판에게 삿대질을 하며 언성을 높인 커제 9단은 결국 경기장을 떠나 돌아오지 않았고, 한국기원은 ‘기권패’를 선언했다. 변상일 9단 입장에선 불리한 국면에서 2국 ‘반칙승’, 반대로 3국은 필승지세 국면에서 ‘기권승’을 거두면서 우승을 한 셈이 됐고, 중국 바둑 팬들은 변 9단의 우승을 조롱하는 ‘밈’을 만드는 등 감정 싸움으로 번졌다.

쿠키뉴스가 지난 2월5일 단독 보도한 ‘[단독] ‘LG배 사태’ 의견 낸 신진서 “3국은 커제 잘못도 크다” [쿠키인터뷰]’ 기사가 중국 주요 언론에 번역돼 실렸고, 이후 중국 바둑 팬들의 의견은 둘로 갈렸다. 여전히 커제 9단을 옹호하는 의견도 적지 않지만, ‘세계 일인자’ 신진서 9단의 의견대로 3국을 두다 말고 항의를 하다 대국장을 이탈한 커제 9단의 행동 역시 잘못이라는 견해도 힘을 받았다.

한국 주최 ‘풀리그 대회’인 쏘팔코사놀배에 커제 9단을 비롯한 중국 선수단이 불참하는 등 경색 국면을 보였던 양국 관계는 최근 다시 교류를 이어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LG배 사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한국기원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 중국 바둑리그 출전 불가 조치 또한 풀어야 할 난제다. 바둑계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한국 프로기사들이 중국 바둑리그(갑조리그, 을조리그, 여자리그 등)에 용병으로 출전하면서 매년 약 15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면서 “LG배 사태 이후 올해 한국 선수들의 중국리그 진출이 좌절됐는데, 이로 인한 손실이 막대하다”고 지적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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