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은 LoL e스포츠 최고의 명문팀으로 꼽힌다. 국내 리그인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에서만 10차례 우승을 차지했고, 한 해 전 세계 최고의 팀을 가리는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에서도 3번 우승하는 등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T1 소속 선수‧코치진은 이러한 명성에 걸맞은 인기를 얻지만, 한편으로는 성적에 대한 부담과 압박에 크게 시달린다.
팀의 얼굴이자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는 사령탑을 향한 잣대는 더욱 엄격하다. 최근 몇 년 사이, T1은 감독들의 무덤으로 전락했다. 2013년부터 코치 및 감독으로 팀을 이끈 김정균 감독(현 e스포츠 국가대표팀 감독)이 2019년 겨울 물러난 후, 4년 사이에만 4명의 감독이 T1을 거쳤다. 이들 모두가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났다.
2020년 3년 계약을 맺고 팀의 지휘봉을 잡은 김정수 감독은 스프링 시즌 우승을 차지하고도 롤드컵 진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일각에선 경질에 가까운 사임이라고 보기도 한다. 2021년엔 직전 해 담원 기아(현 디플러스 기아)를 롤드컵 우승으로 이끈 양대인 감독(현 웨이보 게이밍)과 이재민 코치가 팀을 맡았으나, 이들도 갖은 논란 끝에 시즌 중 돌연 경질됐다. 2022년엔 최성훈 감독이 서머 시즌 준우승 후 단장직으로 물러났다. 그는 겨울, 팀을 떠났다.
사퇴 릴레이는 올해도 이어졌다. T1은 젠지e스포츠전을 앞둔 8일, 배성웅 감독이 자진 사임했다고 밝혔다. 팀의 전설적인 선수이기도 한 배 감독은 지난해 감독 대행에 올라 팀을 롤드컵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올해 스프링 시즌 결승전에서 충격적인 업셋을 허용하고, 5월 열린 국제대회인 ‘미드시즌인비테이셔널(MSI)’에서도 4강 진출에 그쳤다.
여기에 최근 ‘페이커’ 이상혁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하위권 팀 DRX에게 일격을 허용, 책임론이 커졌다. 결국 배 감독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
T1은 현재 6승3패로 리그 3위에 자리하고 있다. 준수한 성적이지만, 이상혁의 복귀 시기가 미정인 만큼 플레이오프 진출을 장담하긴 힘들다. 당장 이날 젠지전도 패한다면 4위로 내려앉는다. 다만 T1의 기적적인 반등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T1은 2021년과 2022년, 감독 사임 후 오히려 경기력을 끌어 올려 리그 및 국제대회에서 선전한 바 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