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사들이 조직 개편에 돌입한 모양새다. 향후 성장을 위한 활로를 모색하기 위함이다. 특히 증권업계의 하반기 실적 부진까지 전망되는 만큼 사업 확대 추진도 발 벗고 나서는 상황이다. 자기자본 규모를 늘려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 등을 통해 몸집을 불리겠단 속셈으로 해석된다. 다만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양극화 현상이 심해진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권사들은 구조 개선을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가장 최근 조직개편을 진행한 교보증권은 디지털 신사업을 추진하는 DT전략부를 개설해 토큰증권발행(STO), 마이데이터, 디지털 플랫폼 등을 전담하도록 했다. 증권사의 미래 먹거리로 부각된 STO 시장 선점을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교보증권은 자산관리(WM) 시스템 개선을 통한 영업경쟁력 강화에 주력했다. 기존 고객자산운용부를 폐지하고 금융상품 개발부터 판매까지 총괄하는 IPS본부를 신설했다. 금융상품을 종합적으로 관리 할 수 있도록 일원화한 셈이다. 또 비대면영업 활성화와 고객 기반 확대를 위해 디지털마케팅파트도 구축했다.
하나증권은 사업부문별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 기반 구축을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우선 기업금융(IB)부문에 IB솔루션실을 신설해 투자자산 관리의 효율성을 추구하겠단 방침을 내놨다.
수익성 강화를 위해 부동산금융본부도 확대 재편했다. S&T부문은 FX솔루션실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외환 비즈니스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미래성장동력 구축과 인재 양성 기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인재개발실을 개설했다.
IBK투자증권의 경우 중소기업을 위한 중기특화 증권사로서 차별화된 입지 강화를 위해 조직개편을 진행했다. 특히 IBK금융그룹과 금융기관, 기업고객까지 단계별 시너지 확장 등에 초점을 맞췄다.
IBK투자증권은 기존 IB사업부문을 IB부문과 SME솔루션으로 재편했다. IB부문은 부동산PF 업무를 전담한다. SME솔루션부문은 정통 IB사업 주심으로 중소기업특화증권사로서의 사업모델 구축에 열중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 가업승계와 M&A컨설팅, 신사업 등을 지원하는 SME지원부도 신설했다. 더불어 기존 사모펀드운용부를 본부로 격상시켜 집합투자업무 강화에 나섰다.
이처럼 국내 증권사들이 조직 개편에 돌입한 이유는 하반기 증권업계 전망이 녹록지 않은 것에 기인한다. 발 빠른 대처를 통해 잠재된 불안 요소를 타파한다는 심산으로 해석된다.
불안 요소는 곳곳에 자리했다. 지난 상반기 소시에테네네랄(SG)증권발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주가 폭락 사태에 따른 미수채권 발생 규모가 2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당장 2분기 실적 발표에 해당 손실이 반영된다. 당국의 CFD 규제 강화도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수면 위로 떠오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도 악재다. 증권사의 PF 부동산 대출 연체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15.88%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에 집계된 10.38%에 비해 5.5%p나 급등했다. 부동산 PF 부실이 임계치에 도달했다고 풀이되는 이유다. 증권사들은 사업 진행이 불투명한 브릿지론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해야 한다. 충당금은 손실을 대비해 미리 장부에 반영하는 금액이다.
사업 확대에 주력하는 증권사도 있다. 대신증권은 주요 임원진이 참석한 경영회의에서 내년 상반기 중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를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종투사로 지정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키움증권 등 9개사다.
종투사가 되기 위해서는 별도 기준 자기자본 규모 3조원을 충족해야 한다. 요건을 충족한 증권사는 금융위원회에 종투사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신증권은 자본 확충을 위해 을지로 소재 본사 사옥 '대신343'을 매각한다. 해당 건물의 가치는 6000~7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종투사에 선정되면 헤지펀드에 자금 대출이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가 가능해진다. 신용공여 한도도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늘어난다. 이외에도 최근 외국환거래규정 개정안 시행에 따라 기준이 완화된 외화 일반환전 업무도 할 수 있다. 결국 사업 기회가 기존 대비 크게 확대된다는 얘기다.
다만 증권사들의 사업 확대 속에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양극화 현상이 심해진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종투사 기준이 아예 3조원으로 고정이 돼 있다 보니 해당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대형 증권사는 라이센스를 확보하면서 더욱 발전하는 것”이라며 “반면 그렇지 못한 중·소형사의 경우 사업들이 제한되면서 업권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증권업계에서 자산 규모를 굉장히 중요하게 보는 만큼 자산 활용에서 차이가 벌어지는 것은 맞다”며 “증권사별로 목표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갈리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