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카오 그룹주가 실적을 발표했다. 다만 방향은 서로 엇갈린 모양새다. 카카오뱅크가 최대 실적을 발표한 반면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페이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모회사인 카카오도 영업이익이 급락해 수익성 개선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이들에 대한 전망도 호의적이지 못하다. 증권가들은 이번에도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단기간 반등은 어렵단 분석에 기인한다. 카카오뱅크마저도 이자 수익률 하락에 ‘매도’ 의견까지 등장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모회사인 카카오를 비롯해 같은 그룹주로 분류된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의 실적이 발표됐다. 그러나 이들의 실적은 서로 반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우선 카카오뱅크는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 820억원, 영업이익 1118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3.8%, 50.3% 증가한 수치다.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838억원, 영업이익의 경우 248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이다.
증권가 전망치도 7% 상회했다. 호실적을 선보였단 얘기다. 이에 대해 박용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기타영업이익(대출채권 매각이익·MMF 매매평가익) 호조와 예상 대비 적었던 충당금 규모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계열사들의 상황은 다르다. 카카오페이는 2분기 영업손실이 126억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손실도 62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적자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영업비용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했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의 2분기 영업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10.1% 증가한 1614억원이 발생했다. 전 분기와 비교해도 4.5% 증가했다. 결제 서비스 매출 확대로 인한 지급수수료 증가가 원인으로 파악된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마이너스(-) 47억원이다.
카카오게임즈도 약세다. 카카오게임즈는 2분기 영업이익이 2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3% 감소했다고 잠정치를 공시했다. 같은 기준 매출액도 2711억원으로 20% 내려갔다. 전 분기 대비로는 모두 증가했지만,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수치다. 주력 부문인 모바일 게임 매출 부진이 이 같은 결과로 나타났다. 카카오게임즈의 모바일 매출은 1719억원으로 19% 줄었다.
모회사인 카카오의 부진도 계속된다. 카카오는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2조425억원, 영업이익 113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1%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33.7% 감소했다.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어닝 쇼크’의 실적이다.
사업 부문별로 살펴보면 광고형 톡비즈는 전 분기 대비 12.1% 상승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커머스 거래액 둔화가 멈추지 않아 거래형 매출은 16.4% 줄었다.
여기에 더해 콘텐츠 매출 성적도 좋지 않다. 해당 매출은 에스엠 연결 편입으로 18.2% 성장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할 경우 부진한 기존 사업부 영향으로 8.6% 하락한다.
특히 에스엠 연결에 따른 이익도 제한적이라는 평이 주를 이룬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뉴이니셔티브(브레인, 엔터프라이즈 등)의 인공지능(AI) 관련 인프라와 상각비는 증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에스엠 연결 효과로 매출액은 2385억원 증가했으나, 인수 과정에서 229억원의 인수가격배분(PPA) 상각이 발생해 연결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효과는 128억원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인공지능(AI) 개발 관련 신사업 인프라 비용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8.8% 하회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부진은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4일 카카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81% 내린 5만1800원에 장을 마쳤다. 오전 장에서 3%가량 상승세를 보였으나 실적 부진이 부각되면서 하락세로 전환했다.
다른 그룹주들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준 카카오페이 주가는 1.13% 내린 4만8150원으로 확인됐다. 실적 발표 이후 거래일인 지난 2일에는 8.49%나 급락하면서 앞선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같은 날 카카오게임즈 주가도 실적 부진에 4.26% 하락세로 마감했었다.
증권가에선 카카오 그룹주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기존 6만원에서 5만6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타 증권사와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수준으로 평가한 셈이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별도기준 매출 성장 부족으로 이익률 훼손은 지속되고 있다”며 “해외 진출을 비롯해 새로운 플랫폼·서비스 없이는 광고·커머스 부문의 성장이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페이에 대해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했다. 수익성 회복이 늦어지는 점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페이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2021년 이후 마이너스 10% 전후에서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아직 금융사업부의 매출 규모가 2021년 대비 유의미한 성장을 보이고 있지 못한다는 게 원인이다. 정 연구원은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 대비 높은 가치평가는 여전히 부담”이라고 부연했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신작 아레스의 양호한 초기 성과와 주력 게임인 오딘의 반등으로 3분기에 모바일 매출이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기존 게임 매출 하향과 더불어 4분기 출시 예정인 ‘가디스오더’로는 실적 개선을 이루기 쉽지 않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게임즈는 외형성장 대신 수익성 방어에 집중할 것을 밝혀 향후 성장률 둔화는 불가피”라며 “내년도 신작 라인업의 구체화가 중요하나, 아직 시점은 불투명하다”고 판단했다.
카카오뱅크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2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에서 매도의견이 나와서다. 통상 증권사의 리서치 보고서는 매도 의견을 삼간다. 때문에 중립 의견이 사실상 매도 표현으로 알려졌다.
한화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의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 조정했다. 괄목할 만한 자산 성장 기록에도 저수익 자산인 만큼 마진이 하락해 이자이익은 감소해서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도상환해약금이 없는 특성상 최저금리를 유지해야 잔액이 유지되는 카카오뱅크의 상황을 고려하면, 해당 자산 성장에 대한 한계 가치는 낮다고 판단된다”라며 “성장과 마진의 상쇄로 목표주가 변동은 없고, 시장가격 변동에 의한 괴리율 확대에 투자의견을 매도로 조정한다”고 진단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