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를 뒤흔든 2차전지 열풍이 초전도체 관련주까지 확산된 모양새다. 국내 연구진의 상온 초전도체 개발 소식에 관련된 상장 기업을 찾는 이른바 ‘테마주’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최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단 무차별 칼부림 소식에 방검복 관련주까지 부상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은 우려스럽다. 이슈에 따라 단기간에 수익을 노리는 투심 탓이다. 실제로 해당 이슈와 큰 관련이 없는데도 투자자들의 과열이 번복되는 모습이 보인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급락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을 당부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관심이 2차전지에서 테마주로 확산됐다. 특히 초전도체 관련 테마주들이 주목된다. 초전도 선재 제조 기업으로 알려진 서남의 주가는 최근 10거래일 동안 191% 증가했다. 같은 기준 초전도 마그네트를 상용 개발 중인 덕성은 142% 상승했다.
초전도체란 초전도 전이 온도라 불리는 특정 온도 아래에서 모든 전기 저항을 상실하는 물질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금속성 도체의 전기 저항은 온도가 낮아짐에 따라 감소한다.
초전도체의 경우 절대온도 4K(약 –269℃) 이하로 냉각되면 저항이 0에 수렴하는 완전 도체가 된다. 더불어 외부의 자기방을 배척하는 마이스너 효과(반자성)가 나타난다.
초전도체는 발견 이래 상온·상압에서 구현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이석배 퀸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가 이끄는 국내 연구진이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를 개발했다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이후 상용화 기대감까지 이어지면서 증시에 영향을 준 것이다.
상온 초전도체가 상용화될 경우 에너지 손실 없이 전력을 보낼 수 있다. 에너지 공급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얘기다. 의료 부문에서는 초고자장 자기공명영상진단장치(MRI) 검진 비용도 훨씬 줄어든다. 또한 자기부상열차의 현실화와 반도체, 핵융합 기술에서도 무궁무진한 발전이 예상된다. 이른바 '꿈의 물질'이라고도 평가받는다.
이에 시장에서는 발빠르게 관련 종목을 물색했다. 이에 따라 서남을 비롯한 다수 종목이 초전도체 테마주로 묶인 것이다. 초전도체 테마주들은 지난 상반기 국내 증시를 이끌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2차전지주가 무색해 보일 정도로 단기간 급등세를 나타냈다.
문제는 해당 테마주들이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과 별다른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서남은 초전도 선재 제조 회사로 알려졌다. 그러나 LK-99와 달리 REBCO 물질을 기본으로 한 2세대 고온초전도선재 기술을 보유했다. 절대온도에서 초전도 특성이 발현되는 물질인 셈이다.
서남은 최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현재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연구기관과 어떠한 연구협력이나 사업 교류가 없었음을 안내해 드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투심이 과열된 테마주인 만큼 주가 변동성이 극심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들 종목은 수 거래일 동안 상한가와 그에 비등한 주가 급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미국 메릴랜드대 응집물질이론센터(CMTC)가 연구소 공식 트위터(X)를 통해 "LK-99는 상온과 극저온에서도 초전도체가 아니었다"라고 밝히면서 주가는 일제히 급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서남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98% 내려간 8830원으로 하한가를 찍었다. 오전 장 중 22%가량 상승했으나 부정적인 입장이 발표되면서 하락세로 전환한 것이다. 이날 장 중 주가 변동폭만 50%가 넘는 수준이다.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같은 기준 덕성도 장 초반 20% 넘게 오르다 29.41% 떨어졌다.
이 같은 상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4일 서남과 덕성은 시간 외 거래에서 각각 9.93%, 9.91% 내린 하한가를 기록했다. 당시 한국초전도저온학회에서 "LK-99는 초전도체 특징인 마이스너 효과를 보이지 않아 상온 초전도체라고 입증하기엔 부족하다"고 발표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결론적으로 명확한 실체가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명확한 접점을 가진 종목들이 무분별한 투심에 요동쳤던 것이다.
이외에도 테마주는 더 남아있다.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무차별 칼부림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방검복 관련주까지 부상했다. 방검복 관련주로 거론된 웰크론의 주가는 지난 4일 종가 기준 11.28% 상승한 3355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21일 신림역에 이어 이달 3일 서현역 칼부림 사건이 발생하면서 보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영향이다. 다만 웰크론도 방검복이 주력 품목이 아닌 상황이다. 대부분 매출은 방탄판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테마주 과열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초전도체의 경우 아직 증명된 기술이라고 보기 어렵다. 사실상 가능한 기술이라고 해도 실질적으로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돼 수익성을 창출하려면 그만큼 자원과 인력이 소모될 수밖에 없다”며 “합리적인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 반영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의 주가 상승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테마주처럼 흐르는 종목에서는 대규모 급락이 나타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투자자들은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성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