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이 확대된 이후 시장은 ‘따따블’ 가능성을 기대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대부분의 신규 상장 종목들이 공모가를 희망가격 최상단으로 설정함에 따라 상장 첫날 주가 널뛰기가 심해졌다는 평가다.
앞서 금융당국은 적정 주가를 조기에 설정하기 위한 취지로 시행세칙을 변경했다. 그러나 오히려 거품 조장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상장 종목 중 공모가를 밑도는 경우도 발생한 상황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장 첫날 공모가의 4배까지 주가가 오르는 ‘따따블’에 성공한 새내기주는 부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7월부터 하반기 기업공개(IPO) 일정이 본격화되면서 센서뷰, 와이랩, 필에너지, 뷰티스킨, 버넥트 등 다수 종목에서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결과는 투자자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따따블 기대감이 만연했던 이유는 신규 IPO제도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허수성 청약 방지 등 IPO 시장 건전성 제고 방안’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IPO 시장에서는 건전한 질서를 저해하는 관행이 지속된다고 지적하면서 제도 개선을 예고했다.
이후 한국거래소는 지난 4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하는 종목의 기준가격 결정방법 개선, 가격 제한 폭 확대 내용을 담은 업무 규정 시행 세칙을 개정했다.
핵심은 상장 당일 주식에 대해 공모가의 60~400%까지 가격제한폭을 확대한 점이다. 예컨대 상장 당일 시가가 1만원으로 적용된다면, 6000원에서 4만원까지 거래가 가능하다. 기존 최종 가격제한폭은 260%까지였다.
이 같은 신규 IPO 제도는 지난 6월26일에 도입됐다. 이후 4배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한 투자자들 대상으로 공모주 열풍이 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달 14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필에너지는 상장 당일 종가 기준 공모가 대비 237.06% 상승한 11만4600원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준 이노시뮬레이션은 133.33% 올랐다.
이들 종목은 수요예측에서도 흥행 가도를 달렸다. 필에너지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812대1 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노시뮬레이션의 경우 1869.47대1 이었다.
이에 힘입어 공모가도 높아졌다. 필에너지의 공모가는 희망 밴드 상단을 초과한 3만4000원으로 확정됐고, 이노시뮬레이션은 범위 상단인 1만5000원으로 정해졌다.
이들 종목 외에도 센서뷰와 시지트로닉스, 에이엘티, 엠아이큐브솔루션 등 다수 새내기주들이 희망 밴드 상단으로 공모가가 결정 났다. 공모가 밴드 최상단에 실패한 종목은 파로스아이바이오 뿐이었다.
문제는 상장 첫날 주가 널뛰기다. 새내기주들의 희망밴드 상단을 찍은 공모가가 이어지면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상장 당일 적정 가격 형성과 기관투자자들의 수요예측 내실화를 위한 취지로 제도 개선에 나섰다. 그러나 공모가에 ‘거품’이 나타나 기대와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웹툰 콘텐츠 제작사인 와이랩의 경우 상장 당일 장 중 공모가(9000원) 대비 144% 급등한 2만2000원을 터치했었다. 그러나 차익실현 물량이 쏟아지면서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한 10만350원에 마감했다. 고점 대비 53%가 빠졌다.
신규 상장 종목 중 시간이 지나면서 공모가를 밑도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지난 9일 필에너지 주가는 5만5200원에 장을 종료했다. 상장 당일 11만4600원 대비 52%나 급락했다. 이노시뮬레이션도 60% 내린 1만4110원에 자리 잡았다. 과도한 공모가 산출과 단기 차익을 노린 투심 과열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상장 당일부터 공모가를 하회하는 상황도 나타났다. 상장 전 지분투자 과정에서 1조원을 넘으면서 하반기 IPO 대어로 인정받은 ‘파두’는 상장일 시초가부터 공모가 3만1000원을 15% 하회한 2만6300원에 형성했다. 9일 종가 기준으로도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한 2만9300원 수준이다. 높은 공모가격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증권가에선 공모주에 대해 경고 신호를 보낸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개정안에 따라 기대수익률이 높아짐으로써 투자자들의 관심이 확대될 수 있다"면서도 "장 중 높은 변동성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