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지난 2분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차액결제거래(CFD) 미수채권 손실 가능성 등을 대비해 대규모로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이에 따라 일부 증권사들은 직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사들의 이같은 실적 하락세는 당분긴 지속될 전망이다. 해외 부동산 투자 자산 부실 위험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대형 증권사 중심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장기간 반영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들이 지난 2분기에 CFD와 부동산 PF 관련 손실 등을 대비해 쌓은 충당금 규모는 약 5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우선 지난 4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CFD발(發) 주가 폭락 사태 당시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몸살을 앓았던 키움증권은 별도 기준 2분기말 대손충당금이 914억원으로 확인됐다.
키움증권의 지난 1분기 대손충당금은 114억원이다. 2분기에만 800억원의 금액을 추가로 적립한 것이다. 키움증권은 대형 증권사 중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위험 노출액)이 가장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다수 충담금이 CFD 손실 위험에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키움증권의 CFD 거래 잔액은 지난 3월 기준 5576억원 수준이다. CFD 손실 추정 금액은 약 700억원으로 알려졌다.
하나증권도 CFD 미수금과 펀드 보상 금액 530억원 등 대비를 위해 1000억원이 넘는 충당금을 적립했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CFD를 취급하지 않아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만 220억원을 쌓았다.
10대 증권사들은 충당금 적립에도 비교적 선방한 실적을 시현했다고 평가받는다. 2차전지를 비롯한 테마주 열풍에 2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이 1분기 대비 20% 늘어난 21조원을 기록하면서 주식 위탁매매 부문의 개선을 이룬 영향이다.
다만 전분기와 비교하면 대다수 증권사들이 악화된 모양새다. 키움증권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2분기 영업이익이 180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42.1% 늘었으나 전분기 대비로는 53.5% 감소했다. 하나증권과 교보증권은 2분기에 각각 329억원, 17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CFD 손실 위험은 지나갔지만, 증권사들에게 또 다른 악재가 대기하고 있다. 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 관련 부실 위험성이 원인이다. 특히 대형사 위주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집중됐다.
한국신용평가가 발간한 ‘증권 및 보험사의 해외부동산 리스크 점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해외 부동산 투자 잔액의 자기자본 대비 비중은 대형 증권사가 20.7%로 중소형사(10.1%)보다 높다.
해외 대체투자가 집중된 지역은 미국과 유럽이 각각 48%, 24%로 드러났다. 용도는 상업용 부동산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 경우 국내와 달리 주로 중순위 이하를 받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다. 선순위 채권자가 자금 회수 절차에 돌입하면 손실을 인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정태준 국제재무분석사(CFA)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국내 PF에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형 증권사들은 해외 대체투자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선순위 채권자들의 자금 회수를 촉발하게 한 해외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이 장기간 이어질 전망까지 나오면서 문제는 심화되는 양상이다.
정 CFA는 “고금리 상황이 유지되면서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며 “하락세가 끝날 때까지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는 향후 대형 증권사 중심으로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이 장기간 방영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해외부동산 관련 문제는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이다. 지난달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한 국내 기관들은 2800억원 규모의 홍콩 오피스빌딩 펀드자산을 90% 손실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하나증권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독일 건물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손실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