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정 “막힘없이 시작한 ‘무빙’, 운명 같았죠” [쿠키인터뷰]

고윤정 “막힘없이 시작한 ‘무빙’, 운명 같았죠”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08-25 06:00:06
디즈니+ 오리지널 ‘무빙’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2년 전 봄, 배우 고윤정은 체대입시학원으로 향했다. 학원에서 한 일은 단순했다. 기록 세우기도, 체력 증진도 아닌 학원생으로 지내보기. 다섯 달 가까이 준비생들과 함께하며 그는 평소 자세와 태도를 면밀히 살폈다. 조금씩 체대입시생 티가 묻어날 때쯤 그는 강원도 홍천으로 가 1년가량 초능력을 가진 고등학생 희수로 살았다. 디즈니+ 오리지널 ‘무빙’에서 체대입시생 희수 역을 맡은 고윤정은 그렇게 캐릭터에 근접해갔다. 지난 23일 서울 화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연기를 하면 할수록 희수에게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고윤정은 오디션을 보던 때부터 희수에게 친근함을 느꼈다. 따로 받은 대본도 없이 머리만 질끈 묶은 채 향한 현장에서도 묘한 익숙함이 스쳤다. 어려워했던 즉석 연기도 희수를 표현할 땐 막힘업었다. “낯설지 않은 기분을 느끼며” 그의 자신감은 더욱더 차올랐다. 합격 통보에 이어 조인성·한효주·류승룡 등 선배 배우들의 출연 소식을 듣자 이번엔 긴장과 안도감이 동시에 범람했다. 그는 “감독·작가·배우 모두 유명한 분들이라 좋은 성적을 예상했다”면서도 “나만 잘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부담감을 갖고 열심히 임했다”고 돌아봤다. 

원작도 모르는 채 뛰어들었던 ‘무빙’은 그에게 새 도약점이 된 모양새다. 이달 초 공개를 시작한 ‘무빙’은 고전을 면치 못하던 디즈니+의 히트작으로 떠올랐다. 고윤정이 연기한 희수는 극 초반 호평을 이끈 중심축으로 꼽힌다. 급우들과 17대 1로 맞붙는 장면부터 봉석(이정하)과의 미묘한 관계성, 장주원(류승룡)과의 부녀 관계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연출을 맡은 박인제 감독은 현장에서 디렉팅을 거의 하지 않고 “본인 자체로 보이길 바란다”며 자유로운 연기를 독려했다고 한다. 그 때문일까. 촬영 현장에서 그는 “희수와 목소리·말투가 비슷하다”는 말을 종종 듣곤 했다. 덕분에 연기에 힘이 붙은 건 당연지사다. 진흙탕을 뒹굴며 연기해야 했던 순간에도 좋다는 생각뿐이었단다.

‘무빙’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2019년 데뷔해 올해로 4년 차 신예지만 그간 쌓은 경력은 알차다. 세계에서 인기를 끈 tvN ‘환혼’ 시리즈와 이번 ‘무빙’을 비롯해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스위트홈’, 영화 ‘헌트’ 등 다양한 작품으로 저변을 넓혀서다. 경험은 곧 다음을 위한 디딤돌이 됐다. ‘환혼’에서 익힌 액션은 ‘무빙’의 17대 1 싸움 장면으로, ‘헌트’에서 선배 배우 이정재에게 얻었던 조언은 섬세한 표현력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경력이 더해질수록 고윤정은 지난날 느꼈던 감회를 떠올리곤 한다. “오디션 현장에서 제가 얼굴을 알 정도로 유명한 감독님들을 뵌 적이 있었어요. 이제 그들의 리그에 들어갔구나 실감하곤 했죠. 선배들 사이에서 연기하고 있는 지금도 꿈만 같아요.”

미술학도에서 우연한 기회를 통해 발 들인 연예계 생활. 호기심 반 설렘 반으로 시작한 연기는 해를 거듭할수록 그에게 진지하게 와닿고 있다. “모든 일에는 고충과 고민, 단점이 있잖아요. 그걸 감내할 만큼 재미있게 일하고 있어요.” 연기자로 사는 삶에 후회란 없다. 촬영하는 동안만큼은 타인으로서 산다는 게 매력이란다. 초현실적인 회복능력을 가진 고등학생(‘무빙’ 희수)과 판타지 국가의 살수(‘환혼’ 낙수) 등 각 인물을 거치며 얻은 성취감은 덤이다. 고윤정은 “흥미와 호감의 시작점은 호기심이지 않냐”며 “고윤정이라는 배우의 다음과 앞으로의 ‘무빙’을 더 궁금해하길 바란다”며 활짝 웃었다.

배우 고윤정.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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