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기술주인 네카오(네이버·카카오) 주가가 나란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전망은 서로 크게 엇갈린 모양새다. 네이버는 실적 방어에 성공할 것으로 추정됨과 동시에 신사업 성과도 가시화을 앞둔 반면, 카카오의 경우 실적 악화와 사법 리스크, 모호한 사업 방향성으로 암담한 상황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 주가는 이달 초 기록한 19만1200원 대비 3% 하락한 18만5400원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준 카카오 주가는 9.25% 떨어진 3만7750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10거래일간 주가 흐름을 살펴보면 네이버는 등락을 반복한 반면 카카오는 단 2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내림세를 보였다.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는 전고점 회복이 요원한 상태다. 네이버 주가는 지난해 7월 46만5000원을 달성했었다. 이때와 비교하면 현재 주가는 60.13% 내려갔다. 카카오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 2021년 6월 역대 최고가인 17만3000원을 달성하면서 ‘국민주’의 입지를 다졌으나 지금은 78.13%나 급락했다. 당시 오름세에 편승한 개인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주가 부진은 같은 양상이지만 이들의 전망은 사뭇 다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올해 3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에 따르면 네이버는 매출액 2조4616억원, 영업이익 368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9.7%, 11.5% 증가한 수치다.
카카오는 3분기 매출액 2조2319억원, 영업이익 1316억원으로 전망됐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 늘었다. 다만 영업이익은 12.5% 감소한 수치다. 네이버가 실적 부문에서 일부 선방했지만, 카카오는 타격을 입을 것으로 해석된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할 전망”이라며 “국내 광고시장의 더딘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기대했던 광고 매출 반등은 지연될 것이나 커머스에서 도착보장솔루션, 브랜드스토어 take rate 인상 및 포쉬마크 수익성 강화로 성장 견인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연구원은 카카오에 대해 “국내 온라인 광고시장 반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톡비즈 광고 매출 성장률은 전분기와 유사한 수준”이라며 “뮤직에서의 상각비용은 전분기 대비 소폭 증가할 예정이다. 추가로 엔터프라이즈, 엔터테인먼트 인력 조정에 따른 일회성 비용도 발생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기존 7만4000원에서 6만5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자회사 및 주요 지분가치 하락에 기인한다는 게 유진투자증권 측 분석이다.
이와 함께 네이버와 카카오의 사업 관련 부문도 격차가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인공지능(AI)에 대한 집중 투자를 실시하면서 관련 서비스 출시에 몰두한 바 있다.
네이버는 지난 8월 한국형 거대언어모델(LLM) AI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했다. 이는 오픈AI의 챗GPT가 불러온 생성형 AI 열풍에 맞설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기 위함이다. 특히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 CUE와 창작자를 위한 차세대 AI 글쓰기 도구 ‘클로바 포 라이팅’ 베타 서비스 등 다양한 AI 사업 전략도 공개했다.
또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 25일 파이낸스 데이 행사에서 AI 포트폴리오를 공유했다. 구체적으로 고객사 내부에 클라우드를 설치해 강력한 보안을 자랑하는 ‘하이퍼클로바X를 위한 뉴로클라우드’, 하이퍼클로바X기반 금융 특화 AI를 손쉽게 생성할 수 있는 클로바 스튜디오가 있다.
이에 따라 실제 성과가 나타나는 시점도 가시화됐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9월 큐(cue:) 베타서비스가 공개된 후 실시간 데이터를 반영해 지도, 예약, 쇼핑 등 네이버 자체 서비스들과 연동돼 탐색·구매·결제까지 아우르는 서비스 구현이 가능함을 입증했다”며 “4분기부터 기업간거래(B2B) 고객향 서비스가 시작돼 본격적으로 AI 관련 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시기는 내년 상반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카카오의 AI 프로젝트는 멈춰있다. 자체 생성형 초거대 AI 모델 ‘코GPT 2.0’의 구체적인 발표 시기가 확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카카오 측은 연내 공개 시점에 대해 변동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대형 악재인 사법 리스크가 부담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안팎에서는 해당 사태가 회사 존립을 뒤흔드는 일인 만큼, 연내 공개가 불투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 26일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 투자전략실장,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전략투자부문장을 비롯해 이들의 소속 회사인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따른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특사경은 카카오가 에스엠 경영권 인수 경쟁 과정에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사모펀드운용사 원아시아와 공모해 총 2400억원가량을 투입해서 에스엠 주가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리는 등 시세조종 행위를 포함해 관련된 대량보유 의무보고(5%)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4일 여의도 63컨벤션에서 열린 ‘금융의 날’ 기념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카카오)에 대해서는 법인에 대한 처벌 여부 등을 적극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기본적으로는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한 범죄이기 때문에 취득한 경제적 이득이 박탈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가장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를 둘러싼 여러 소송과 검찰·금감원 조사가 집중되고 있고, 수사 결과에 따라 카카오뱅크 대주주 지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