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문화가 원래 이런 거야?” 결혼 준비를 시작한 지인들의 질문을 평소에 많이 받습니다. 20대 중반, 비교적 이른 나이에 결혼한 덕분인지 결혼 질문에 답하는 일이 많은 편입니다. 결혼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치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그 심정을 이해합니다.
겪어본 일이지만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도 많습니다. “이걸 왜 내야 해?”라는 질문이 특히 그렇습니다. 예비부부가 스튜디오 촬영을 가기 전 도와주는 분들이 먹을 간식을 싸가야 하는 것, 촬영한 사진 원본 파일을 받으려면 ‘원본 비용’을 별도로 지불해야 하는 것 등 그동안 겪은 적 없는 상황을 마주하면 자연스럽게 이유를 묻게 됩니다. 저 역시 이유를 잘 알지 못했습니다. ‘업계 관행’이란 이름으로 오랜 기간 이어진 불합리한 일이 하나의 문화가 된 것입니다.
“몇몇 예비 신랑 신부가 스드메 때 간식 등을 호의로 제공하더니 갑자기 당연한 게 되어버림.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은 진리”라는 댓글을 읽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이유도 모른 채 따랐던 결혼 문화의 배경을 깨달은 기분이었습니다. 지난달 12일 발행된 기사(‘예쁜 봉투·간식’ 돈 내고도 눈치 보는 예비부부 [요즘 신혼부부⑤])에 달린 770개 댓글 모두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처음부터 있던 문화는 아니었을 겁니다. 예비부부들이 고마운 마음으로 소소한 선물을 전했을 겁니다. 그것이 지금은 당연히 해야 하는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겠죠.
대부분 예비부부들은 불합리한 관행을 조용히 따릅니다. ‘인생에 한 번뿐인 결혼’이라는 특수성 때문입니다. 결혼 문화와 관련된 대화는 보통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 또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합니다. 웨딩 관련 커뮤니티에 하소연을 하다가도 결혼식을 치른 뒤엔 돌아보지 않게 됩니다. 그 동안 불합리한 결혼 문화가 세상에 드러나기 쉽지 않았던 이유일 겁니다.
‘요즘 신혼부부’ 기사를 취재하면서 만난 심모씨 사연이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심씨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스튜디오 촬영 계약금을 환불받지 못했습니다. 스튜디오 계약금을 선뜻 지불한 심씨는 5일 뒤 계약 취소를 요청했으나, 업체는 계약서상 환불 불가를 고지했다며 환불을 거부했습니다. 결국 소비자보호원에 분쟁 조정까지 간 상황입니다. ‘업체와 협의하라’는 말을 들었느나 협의가 불가해, 현재 계약금 환불은 포기 상태입니다. 계약까지 수많은 선택을 유도하던 업체들은 ‘환불’ 얘기엔 뒤돌아서는 일이 많습니다. 스튜디오 촬영을 5개월 이상을 앞두고도 특별한 사유 없는 환불 거부는 업계의 갑질처럼 느껴졌습니다.
결혼은 예비부부들을 때로 조급하게 하고, 때로 판단력을 흐립니다. 남들과 비교하거나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예비부부들이 믿는 건 업계 관계자들이 됩니다. 모르면 당할 수밖에 없는 결혼이 그렇게 탄생합니다. 타인이 따른 기준에 맞춰 따라가는 것이 매번 정답이진 않습니다. 각자의 상황에 맞춰 현명한 선택을 하는 자세, 그리고 용기가 필요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용기까진 없어도 되는 결혼 문화가 정착되길 바랍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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