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파이프를 용접하는 손길로 분주한 경기 광주시의 한 가로등 공장. 바쁘게 움직이는 직원들 사이로 유난히 앳되어 보이는 청년이 있다. 5년 차 용접공 김영준(26)씨다. 고등학생 때부터 용접을 배우기 시작해 자격증까지 취득한 그는 제대 후 한 달 만에 용접 일에 뛰어들었다.
일찍부터 현장으로 향한 이유에 대해 김씨는 “평생 월급에 의지해 직장 생활만 하고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타 직종보다 기술이 나중에 창업할 때 유리할 것으로 판단해 용접을 배우게 됐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일자리를 찾지 않고 쉬는 청년들이 올해 40만 명을 넘었다. 청년들이 산업 현장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제조업과 건설업은 전체 취업자 수가 감소하고 있어 ‘청년 실종’이라는 말이 현실이 되었다. 김씨와 같은 청년들은 산업 현장의 한줄기 단비 같은 존재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젊은 기술자들은 오늘도 온몸으로 기술을 배우고 있다.
“기술 갈고닦아 창업 꿈꿔요” 직접 작업한 가로등과 보안등이 거리나 아파트 단지에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는 김씨는 10년, 20년 뒤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공장을 차려서 사업을 하게 될 날을 꿈꾼다.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는 ‘기술’
10년 경력의 목수 최모(37)씨는 목수인 아버지를 돕다 자연스레 목공에 입문하게 되었다. 20대 중반에 본격적으로 목공에 뛰어든 그는 다른 사업을 위해 잠시 그만두었다가 지난 4월 다시 목수가 되었다.
최씨가 목공을 다시 시작한 이유는 현실적이다. 그는 “코로나19 여파로 사업이 잘 안되면서 다시 목공 일을 하게 되었다”며 “자영업은 일이 항상 있는 게 아니다 보니 경제적으로 불안정하다. 목공에 대한 수요가 많은 요즘에는 기술이 있으면 비교적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현재 공장에서 상업 공간에 들어갈 집기를 제작하는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가구 공장을 세우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돈 많이 버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 할래요”
타이어 전문점에서 2년째 타이어 기술자로 일하고 있는 김승후(27)씨는 베이스 연주자이다. 고등학교를 조기 졸업하고 대학에서 실용 음악을 전공한 그는 음반까지 낸 베이시스트지만, 졸업 후 음악만으로는 돈을 벌기 어렵다고 느껴 타이어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김씨가 기술직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흥미에 있었다. “돈을 벌 수 있는 일 중에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어릴 때부터 관심이 있었던 자동차 분야에 뛰어들게 되었다”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럽다”고 했다.
자신의 기술이 사람들의 안전과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책임감을 느끼는 그이지만, 그는 언제든 떠날 준비도 되어있다. 김씨는 “새롭게 흥미로운 분야가 생기면 언제라도 다른 분야로 뛰어들 것”이라며 “적게 벌어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야근 없어 퇴근 후 배드민턴 즐겨요”
인테리어 필름 시공업자 태원욱(43)씨는 26살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필름 시공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잦은 야근으로 인해 ‘내 생활’이 없어진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십 대 중반부터 기술을 배우기 시작해 현재 17년 경력의 베테랑 필름 시공업자가 된 태씨는 “기술이라는 게 초반에는 일을 배우는 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지만, 기술자 수준에 도달하면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출퇴근 시간이 대체로 고정적이고, 원하는 날짜에 맞춰 스케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어 취미 활동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기고=김예솔
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사진을 찍어 나가고 있습니다.
yesoliz@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