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김윤석 “성웅 아닌 인간 이순신에 집중했죠” [쿠키인터뷰]

‘노량’ 김윤석 “성웅 아닌 인간 이순신에 집중했죠”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12-21 02:06:01
배우 김윤석.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김윤석은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이하 노량) 촬영 중 코피를 쏟았다. 금방 멎을 줄 알았던 피는 수분이 지나도 멈추지 않았다. 곧장 병원으로 향한 그에게 의사가 내린 처방은 뜻밖이었다. 입고 있는 옷을 다 벗으라는 것.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그는 저고리와 바지, 두루마기에 갑옷까지 각종 의상을 겹겹이 껴입어야 했다. 꽉 끼는 옷으로 인해 혈압이 높아져 피가 났단다. 장군의 무게감을 재현하며 겪은 아찔한 순간이다.

20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윤석은 “영광과 부담”이라는 말로 그간의 시간을 되짚었다. 영예로운 배역이어서 그만큼 부담도 잇따랐다. 성웅 이순신을 어떻게 구현하느냐가 숙제였다. 답을 찾기 위해 김한민 감독과 치열한 토론을 거쳤다. ‘명량’, ‘한산: 용의 출현’에 이어 ‘노량’을 연출한 김 감독은 촬영 전 김윤석에게 시나리오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각 장면의 쓰임새부터 자신이 구상한 ‘노량’ 속 이순신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김윤석은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라는 말이 떠올랐다”면서 “VFX까지 신경 쓰며 치열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니 그의 계획을 전폭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며 웃었다.

반년 가까운 제작 기간 동안 김윤석은 줄곧 임진왜란의 의미를 되새겼다. 장장 7년이다. 김윤석은 이를 시나리오 속 대사를 인용해 “지루한 협상과 간악한 계략이 점철된 전쟁”이라 짚었다. 조선 땅에서 전쟁하며 조선을 배제한 명과 왜. 김윤석은 이 같은 상황에서 이순신 장군이 가졌을 마음을 줄곧 생각했다. 그가 찾은 답은 감독과 일치한다. 

“섬나라 사람들은 육지를 향한 열망과 욕망이 있잖아요. 전쟁 동안 조선에 왜성을 쌓고 지낼 정도였으니 조선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 알았겠죠. ‘이들은 또 오고자 할 테니, 다시는 이 땅에 발 붙이지 못하도록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는 마음일 수밖에요. 인구 절반 가까이를 잃은 이 처절한 전쟁을 겪으며 무고하게 희생된 백성들의 원수를 갚고 싶기도 했을 거예요. 그런 만큼 조선의 새 출발을 위해 이 싸움을 가장 올바른 방법으로 깔끔하게 끝내려 했으리라 생각해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여러 난관이 있던 촬영이다. 온몸을 억죄는 무거운 의상은 시작에 불과했다. 배 위에서의 장면은 세트 전체가 움직여 멀미에 시달렸다. 아들 면(여진구)이 희생당하는 장면을 볼 땐 감정 이입이 심하게 돼 몸까지 떨렸단다. 신경 쓸 것도 많았다. 북으로 아군을 독려하는 장면을 위해 “4번 타자의 폼을 떠올리며” 북채 휘두르는 연습에 매진했다. 이순신 장군의 죽음 장면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위대한 장수의 위대한 죽음을 그리려 하지 않는” 데서 출발했다.

“그 정신없는 전장에서 장군이 죽었다고 모든 게 멈추는 진공 상태는 말이 안 되지 않을까요? 전쟁 상황인 만큼 급박한 느낌을 살려 현실감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더더욱 ‘내게 신경 쓰지 말라’는 마음으로 그 장면을 연기했습니다. 진정성을 담는 게 목표였거든요. 감독님과도 뜻이 맞았죠.” 

이제 ‘노량’은 관객과 만나며 본격적인 여정에 나섰다. 개봉 첫날에만 21만명을 극장으로 끌어들였다. 왜군을 끝까지 섬멸코자 하는 결사항전의 의지가 스크린 너머로도 전해지는 모양새다. 김윤석은 “‘노량’을 보며 참된 삶을 위한 이순신 장군의 의로운 죽음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염원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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