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펀드로 잘 알려진 얼라인파트너스 자산운용이 국내 7대 은행계 금융지주에 서한을 보내면서 다시 움직임을 시작했다. 얼라인은 주주서한에서 은행들이 기존 발표한 자본정책에 부합하는 수준의 주주환원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얼라인은 전날 KB·신한·하나·우리·JB·BNK·DGB금융 등 국내 7대 은행 지주사들에 자본정책 준수와 이사진 재편 등 내용을 담은 공개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얼라인은 지난 2023년 초 ‘1차 은행주 캠페인’을 벌였다. 국내 은행주들이 만성적 저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저평가 이유로는 낮은 주주환원율을 지적했다. 60% 수준인 해외에 비해 국내 은행 대부분이 20%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합리적 자본배치 및 주주환원 정책 도입으로 민간부채비율 완화, 은행 자본비율의 빠른 확충 등을 이룰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번 서한에서 얼라인은 내달 예정된 은행별 결산 이사회에서 기존 발표한 정책에 부합하는 수준의 주주환원과 관련된 결의를 촉구했다. 일부 은행의 경우 3분기까지 위험가중자산(RWA)의 성장률이 과도했던 부분 등 정책에 위배된 부분을 지적하며 경영진의 설명 및 정책 준수 의지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얼라인은 우리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에 대해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각각 12.5%. 13%에 도달할 때 까지 RWA 성장률을 연3%, 4% 이내로 제한하고 주주환원율을 매년 2~3%p씩 점진적으로 인상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목표 CET1 비율 초과시, 초과분은 주주환원을 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대출성장을 감축해 빠르게 자본비율을 확충하고 정상적인 주주환원율을 달성해 상장 은행들의 비정상적 저평가를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는 과도한 가계부채비율, 자산가격 양등과 같은 국가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도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은행들이 양적 성장이 아니라 질적 성장으로 전환할 때”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얼라인은 각사 사외이사가 현재 학계를 중심으로 한 국내 남성 인사로 편중돼 있다면서 이들이 주주 전체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얼라인 측 집계에 따르면 7대 금융지주 전체 사외이사 중 학계 출신은 37%에 달했으며 금융계 22%, 관료 12% 등으로 구성됐다.
이에 이사회 구성원이 글로벌 은행과 비교해 학계에 편중돼 있고 글로벌 사업 확대, IR·주주환원정책 개선 등을 고려하면 다양한 방면의 전문가들이 이사회에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밖에 얼라인은 ‘주당’ 지표를 중심으로 경영계획과 기업설명(IR)을 실시하고 경영진 평가보상 기준을 개편하는 할 것도 제안했다.
얼라인은 각 은행 이사회가 공개주주서한 내용에 대해 충분히 논의한 후 주주들에게 이에 대한 답변과 입장을 '2023년도 결산 이사회 직후' 공시 및 실적발표 등을 통해 발표해달라는 입장이다. 만약 요청 기한까지 발표 정책을 미준수하기로 하거나 주주서한에 대한 충분히 답변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주주제안을 통해 정기주주총회에서 관련 의제들을 다루겠다는 계획이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