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합병’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법리스크를 덜어내면서 산적한 경영 과제 해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해 업무를 봤다. 이 회장은 선고 후에도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으면서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재판 직후에도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 없이 법원을 떠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는 전날인 5일 이 회장 등의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시했다.
긴 시간 재판에 발이 묶여 있던 이 회장 앞에 놓인 과제도 많다. 반도체 사업 정상화가 가장 시급하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조5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4% 감소했다. 반도체 한파에서 고전을 겪으며 영업이익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뿐만이 아니다. 반도체 업계에서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업계 매출 1순위는 인텔이다. 2년 동안 1위를 지켜왔던 삼성전자는 2위로 한 계단 하락했다. 시장 점유율은 인텔 9.1%, 삼성전자 7.5%, 퀄컴 5.4% 순이다.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대만의 TSMC와 점유율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이다. 인공지능(AI) 열풍 속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도 SK하이닉스에 뺏겼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대규모 인수합병(M&A)은 지난 2017년 이후 멈춘 상태다. 미국의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투자와 신사업 발굴 등도 사법리스크에 쫓겨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운신의 폭이 넓어진 이 회장의 적극적 행보를 기대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향후 삼성전자가 장기 투자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책임 있는 경영을 위해서는 등기임원으로도 나서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교 명예교수는 “현재 삼성전자의 위상이 전과 같지 않다. 이 회장이 ‘기업가 정신’으로 당면한 문제들을 직시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좀 더 책임을 갖고 경영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등기임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