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이 2달째 이어지자, 의료계가 대통령을 향해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의대 증원 정책 추진을 멈추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17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을 통해 “어제(16일) 대통령께서 총선 후 처음으로 입장을 발표한 내용에서 현재의 의정 대치 상황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상황은 단순히 의료개혁을 언급하고 합리적 의견에 더 귀 기울이겠다는 단순한 표현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것으로 생각한다”며 “중차대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이 우리에게 많이 남아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의정대치가 길어질 경우 의료 시스템이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못하면 내년에 전문의 2800명이 배출되지 못한다. 의사 수의 7%인 전공의가 빠진 것은 그 숫자가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붕괴를 야기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지금의 상황이 조금 더 길어지면 교수들의 사직서 수리 여부와 상관없이, 경영의 압박으로 많은 대학병원들이 구조조정과 도산의 위기에 빠질 것”이라며 “보건의료계열, 행정직군 등 우리의 동료들이 직장을 잃을 것이다. 직접적으로는 중증, 응급 등의 분야에서 적절하게 환자들을 돌볼 수 없게 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조속한 사태 해결을 위해 의대 증원 정책을 논의하는 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 부탁드리겠다.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은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며 “의대 정원 증원을 멈추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구에서 새로 논의할 수 있도록 방침을 바꿔 달라”고 했다.
다만 의대 증원 논의 기구에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로 당선된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가 참여한다면,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을 계획이다. 김 교수는 의대 증원을 찬성한 대표적 인물이다.
김 위원장은 “사회적 협의체는 김 교수가 발표한 걸로 알고 있는데, (김 교수는)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가는 데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원인을 제공한 중요한 인물로 꼽고 있다”며 “의료계 대부분에서 김 교수가 주관하는 여러가지 위원회들은 보이콧하게 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의대 교수들도 의대 증원 정책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도 이날 제8회 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근거 없는 의대 2000명 증원으로 야기된 현 의료 위기 상황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목전에 닥친 의료 붕괴 상황에서 정부에 신속한 대화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의 단일안은 처음부터 변함없이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라며 “필수의료 문제를 진심으로 통감한다면 정부는 무엇이 실효성 있는 대책인지 현장을 보고 전문가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