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코스피지수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환율 현상 심화로 하방 압력을 받아 급락세를 나타냈다. 여전히 불안 요소가 남아있는 가운데, 국내외 기업들의 실적 발표 결과가 증시 향방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15~19일) 코스피지수는 3.35% 급락하면서 2591.86까지 내려갔다. 외국인과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도 2.16% 빠지면서 841.91로 후퇴했다.
지난주 국내 증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점 지연 가능성이 커져 악재로 작용했다. 미 3월 소매판매 결과가 전월 대비 0.7%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0.4%)를 상회하는 등 경제지표 호조와 함께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으로 미국 10년물 금리가 4.6%로 상승해 주가 하방 압력을 확대했다.
여기에 더해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며 주식시장 변동성을 높였다. 그동안 대리전을 벌여온 양측이 직접적으로 충돌한 점에서 시장 우려 확대로 이어진 탓이다. 이후 이스라엘이 지난 19일 재보복에 나서 리스크 요인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또한 달러·원 환율이 1300원 후반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외국인들의 대규모 선물 매도 포지션 유지도 자금 이탈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했다. 외국인은 지난주 누적 3만2972 선물계약을 순매도했다.
NH투자증권은 금융시장을 둘러싼 외부 요인들의 불확실성 대두에 따라 기업들의 1분기 실적 여부가 증시를 견인할 핵심 변수일 것으로 내다봤다. NH투자증권이 예상한 이번주 코스피지수 전망치는 2570~2690p 선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황에서 주식시장을 지탱하는 핵심 변수는 기업 실적이다”면서 “투자자들이 기업 실적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가능성이 큰 만큼, 옥석가리기가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주에는 알파벳과 메타, 아마존, MS 등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예정돼 있어 향후 반도체 수요에 대한 추가적인 힌트를 줄 전망이다”라며 “국내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물산, SK하이닉스, 삼성SDI, POSCO홀딩스, 기아 등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다가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SK증권은 낮아진 지수 레벨이 비중 확대의 기회지만 위험성은 남아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증시의 추가 상승 여력은 여전히 크게 열려 있다고 본다”면서도 “단기적인 위험 선호 심리가 완전히 회복된 상황은 아니다. 당장 달러의 상방 위험이 이미 상당 부분 방영됐으나, 신흥국 환위험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 연구원은 “비경기민감 업종 가운데서도 연간 이익 모멘텀은 약하지만 1분기 이익 모멘텀은 양호한 필수소비재, 호텔레저, 화장품 등이 대상이”이라며 “특히 필수소비재는 원가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오는 26일(현지시간) 예정된 미국 3월 개인소비지출(PCE)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시장 예상치대로 둔화세가 확인된다면, 물가 및 통화정책 불안심리 진정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 경우 채권금리와 달러화 하향안정, 외국인 선물 매수, 코스피 반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외국인 선물 매수 전환 시 프로그램 매수가 가세하면서 코스피 반등에 탄력을 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