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들의 올해 1분기 잠정 실적 발표가 마무리됐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거래대금 증가 등 증권업 호조 속에 우수한 실적을 달성한 모양새다. 다만 이같은 실적이 향후 분기에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 여러 우려 요인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NH투자증권과 KB증권을 시작으로 전날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까지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들의 1분기 잠정 실적 공개가 마무리됐다. 신한투자증권을 제외한 모든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가 전년 동기 대비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실적 호조의 이유는 증시 거래대금 증가로 위탁매매 수수료가 늘면서 리테일 부문 실적이 증대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하루 평균 거래대개금은 21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에 기록한 16조5000억원 대비 약 30% 급등한 수준이다. 통상 연초는 연말 대비 투자 기대심리 효과가 작용하면서 대체로 상승해 왔다. 특히 올해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소식에 따른 증시 기대감이 높아진 게 주된 원인으로 평가된다.
증권사별로 보면, 우선 NH투자증권이 가장 우수한 실적을 선보였다. NH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22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4% 증가했다. 금융지주 산하 계열사 중 가장 높은 순이익이다. 영업이익은 2769억원으로 10.1% 늘었다. 매출액의 경우 3조15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3% 감소했다.
NH투자증권의 브로커리지 수수료수지는 국내 시장거래대금 증가에 따라 전분기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된 1192억원을 기록했다. 금융상품판매 수수료수익도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 및 목표전환형 랩(Wrap) 등의 매출 증대로 297억원으로 늘었다.
운용부문은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가 지속되는 등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다시 증가한 가운데 보수적 운용으로 2311억원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은 향후 보수적 리스크 관리 기조 유지 등을 통해 손익 변동성 완화 및 안정적인 수익 창출에 집중할 계획이다.
KB증권은 1분기 당기순이익이 1988억원을 달성해 전년 동기 대비 40.09% 증가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9.98%, 4.11% 줄어든 3조4601억원, 2533억원으로 집계됐다. KB증권 관계자는 “브로커리지 수익 확대와 리테일 채권 등 금융상품 판매 증가가 주된 배경이다”고 설명했다.
부문별로는 자산관리(WM) 부문에서 호실적을 냈다. 리테일 고객 총자산 가운데 WM자산이 55조원을 기록해 한 분기만에 4조원이 증가했다. 수탁수수료도 12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7% 증가했다. 개인과 법인자산 성장세 유지와 퇴직연금, 채권 중개형 ISA 등 WM 상품군 중심으로 고객 기반을 확대한 영향이다.
하나증권은 1분기 당기순이익 899억원을 시현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해 4분기 2782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했다. 매출액은 15.57% 줄어든 3조8774억원이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고객 수 증대, 전통IB 확대, 세일즈앤트레이닝(S&T) 비즈니스 확장 등 전 사업부문이 고른 성장세를 보이며 영업환경 개선에 따른 수익 확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반면 신한투자증권은 비교적 부진한 실적을 시현했다. 신한투자증권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7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6% 감소했다. 증권거래수수료 증가에도 자기매매손익이 줄어 전년 동기 대비 손익이 감소한 탓이다. 영업수익도 31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내려갔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주식시장 거래대금 증가 영향으로 위탁매매 수수료가 증가했으나, 과거 취급했던 인수금융 자산에 대한 손상 영향으로 영업수익이 감소하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며 “위탁매매 수수료 증가 및 전분기 인식했던 대체투자자산 평가 손실 효과 소멸 영향 등으로 전분기 대비 당기순이익은 흑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들은 대체로 호실적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같은 실적 호조가 올해 남은 기간동안 이어질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점 지연 목소리와 함께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가 잠재 불안 요소로 남아있어서다. 리스크 해결 및 완화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지난해 하반기 심화된 업황 불황이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업의 1분기 실적은 높아진 일평균거래대금과 전통 IB 부문 개선으로 양호한 수준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높은 물가 수준으로 금리 인하는 지연되고 있고, 이에 따라 부동산시장 역시 회복 둔화세를 나타내 부동산 PF 관련 우려 확산으로 변동성은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의 도움으로 부동산 시장이 단기적인 회복세를 보일 수 있으나, 추세적인 회복에는 금리 인하가 선행돼야 한다고 판단된다”며 “금리 인하 시기가 지연되는 만큼, 증권업종의 부동산 PF 관련 IB 수익은 상반기 부진한 모습을 이어갈 것이다. 거래대금 민감도가 높고 부동산 PF 관련 익스포저가 적은 증권사가 실적 개선에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