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병원단체가 정부에 3000명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며 의료계 일각에서 이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배정위원회 회의록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증원 찬성 측 인사에 대한 압박 행위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의사단체가 단체 내부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압박·공격하는 일부 관행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2000명 의대 증원 근거 자료가 언론에 공개되며 파장이 일었다. 대한종합병원협의회가 매년 3000명씩 5년간 1만5000명을 늘리자고 정부에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며, 의료계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지난 13일 자신의 SNS에 종합병원협의회 회장이 원장인 병원 이름을 공개하며, 법 위반 사례를 제보해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정부는 법원 제출 자료 중 배정위원회 회의록의 발언자를 익명 처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입장이다. 대한종합병원협의회 사례와 같이 배정위 위원들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차관은 “지금도 의사단체에서는 의대 증원 찬성 의견을 낸 인사들을 공격하고 압박하는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며 “(회의록 발언자 익명 처리는) 위원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보호하고, 향후에도 관련 위원회에서 자유로운 토론이 보장되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했다.
아울러 내년도 의대 정원 증원분인 ‘2000명’ 규모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수치이며, 의료계 의견 수렴 과정도 거쳤다고 거듭 설명했다. 박 차관은 “의료계 의견 수렴을 위해 올해 1월 의협 등 6개 의료단체에 구체적인 의대 증원 규모를 공문으로 요청했다”며 “이 과정에서 한 의사단체는 매년 3000명씩 5년간 1만5000명의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회신했고, 의협은 증원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2035년까지 의사 1만명이 부족하다는 추계를 제시하면서, 의대 증원 논의가 본격화 된 작년 하반기부터 사회 각 계에서는 3000명, 6000명 등 큰 규모의 증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며 “언론에서도 2000명 이상 증원을 정부가 염두에 두고 있다는 기사들이 보도된 바 있어, 큰 규모의 증원이 이뤄질 것은 예측 가능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과학적·합리적 근거와 사회적 논의 결과, 각 계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2월6일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발표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여 증원을 차질 없이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