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상한가” 석유·가스株…떠오르는 ‘러시아 가스관’ 악몽

“연일 상한가” 석유·가스株…떠오르는 ‘러시아 가스관’ 악몽

尹 대통령, “최대 140억배럴에 달하는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높다”
석유·가스株 상한가 행진에 ‘테마주’ 우려 재부각…러 가스관 사례와 유사
“상당한 버블의 영역, 석유가스 테마주 투자에 특별히 주의해야”

기사승인 2024-06-05 06:00:21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는 모습. 연합뉴스

석유·가스 관련 종목들이 최근 연일 상한가 행진을 보이고 있다.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언급된 영향이다. 다만 과거 러시아 가스관 건설 협의 당시에도 관련 테마주들이 급등세를 나타내다 고꾸라진 만큼, 버블 양상을 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일 한국석유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81% 오른 2만330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ANKOR유전과 동양철관도 각각 29.89%, 29.98% 급등한 578원, 1175원에 거래를 마쳤다. 흥구석유도 1만9240원에 거래를 마쳐 18.40% 상승했다. 한국석유와 한국ANKOR유전, 동양철관은 모두 이틀 연속 상한가다.

석유·가스 종목들의 주가 급등세는 동해 앞바다에 대량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높다는 발표에 기인한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고, 유수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의 검증도 거쳤다”며 “이는 90년대 후반에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이고,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대규모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소식에 초전도체 열풍 시기와 유사한 테마주 열풍이 불고 있다는 점이다. 연일 상한가 행진을 이어간 한국석유는 석유·가스 채굴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아스팔트를 제조 및 유통하는 석유공업제품 생산기업이다. 석유 관련 산업이라는 이유로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관련주로 묶여 급등세를 나타낸 동양철관은 강관제조관련 종목이다. 

러시아 가스관 테마주 지금은

일각에서는 이번 테마주 열풍을 두고 과거 러시아 가스관 테마주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지난 2011년 8월 외교통상부는 남·북·러를 연결하는 가스관 부설을 논의하기 위해 러시아 가즈프롬 대표단과 한국가스공사 간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9년 만에 러시아를 방문해 시장 기대감 증폭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당시 가스관 관련주는 연일 우상향을 기록했다. 일례로 관련주로 묶였던 동양철관 주가는 2011년 8월1일 979원에서 같은해 11월1일 3385원으로 245.76% 급등했다. 그러나 1년 뒤 주가는 1735원으로 50%가량 떨어졌다. 동양철관 주가는 러시아 가스관 테마가 부각될 때마다 상승과 하락을 번복해 왔다. 전날 종가 기준 동양철관 주가는 1175원이다. 동양철관은 이번 석유·가스 테마주에도 포함됐다.

러시아 가스관 테마주 열풍이 불었던 시기에 증권가는 투자 주의보를 연일 발령했다. 유진투자증권은 2011년 8월30일에 발간한 보고서에서 러시아 가스관 설치가 실질적인 주가 상승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가스관 관련 내용이 언급될 때마다 주가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평가했다. 러시아 가스관은 문재인 정권까지 수면 위로 올라오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따른 남북관계 악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사실상 불발됐다.

성공 확률 20%, 결과 예단 어렵다

최근 대두된 석유·가스 테마주와 러시아 가스관의 유사점은 실제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장기간 시간을 소요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3일 석유·가스 개발과 관련해 “2027년이나 2028년쯤 공사를 시작해 2035년 정도에 상업적 개발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오는 12월부터 실질적인 탐사가 시작되고, 내년 상반기 중 결과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며 “매장이 확인되면 2027~2028년 탐사를 시작한 이후 상업적인 개발은 2035년부터로 보인다. 시추 이전까지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결국 과거 사례에서 답습할 수 있듯이 시작 단계에 불과한 시점에서 열린 테마주 열풍은 손실을 불러올 가능성이 큰 투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도 현재 투자자들의 행보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테마주 열풍이 과도하다고 생각한다”며 “채굴 성공 확률이 20%이고 채굴 비용도 상당히 소요될 것이기에 기업가치가 며칠 새 50% 이상 상승하는 것은 상당히 버블이 껴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꼬집었다.

그러면서 “과거 광산개발, 보물섬 테마주도 단기 급등 후 큰 폭으로 하락했기에 개인들은 이번 석유가스 테마주 투자에 특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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