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 총본산으로 불리는 한국기원의 수장, ‘총재’ 자리에 오를 인물들에 대한 하마평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한국기원은 프로기사에 대한 모든 권리는 물론 CJ로부터 인수한 바둑TV 운영까지 바둑계 전방위적으로 독점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 단체다. 새로운 총재 등판에 발맞춰 바둑계가 위기를 딛고 일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7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단재완(77) 해성산업⋅한국팩키지 대표이사 회장을 비롯한 정재계 인사들이 한국기원 차기 총재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해성배 여자기성전’을 후원하고 있는 단 회장이 유력한 총재 후보라는 설이 돌았으나, 단 회장 측에서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2019년 5월, 전임 홍석현 한국기원 총재 후임으로 한국 바둑 수장을 맡은 임채정 총재는 2020년 7월 한국기원 임시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연임이 확정된 바 있다. 임 총재 임기는 오는 7월까지다.
1941년생으로 올해 만 83세인 임 총재의 연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가운데 한국기원은 새로운 수장을 모셔오기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06~2008년 제17대 국회에서 후반기 국회의장을 역임했던 임 총재를 통해 바둑 저변 확대와 스폰서십 강화 등을 꾀했던 한국기원은 차기 총재로는 정계 인사보다 재계 거물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홍보 부족 등을 이유로 기업과 지자체에서 바둑 후원 비용을 점차 줄이는 추세에서 든든한 ‘뒷배’가 필요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현재 서울 성동구 왕십리 인근에 위치한 한국기원의 의정부 이전 문제도 뇌관이다. 의정부시가 지난 2022년 5월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2024년 9월에 한국기원의 의정부 이전을 완료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하 1층, 지상 4층, 전체면적 1만㎡로 조성되는 ‘바둑전용경기장’에 한국기원 사무국이 함께 들어선다는 설명이었는데, 실상은 현재까지도 공사 시작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바둑계 고위 관계자는 “임채정 총재가 한국기원의 의정부 이전을 임기 내 완성하고 싶어하는 의지가 강한 걸로 알고 있다”면서 “지난 2020년 9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안병용 전 의정부시장 등과 협약을 맺은 이후 한국기원 이전 문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바둑계 내부 여론은 좋지 못한 상황이다. 의정부 이전에 반대하는 한 관계자는 “한국기원이 의정부로 이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국제대회 등 규모가 큰 시합을 유치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함인데, 현재 입지 조건이 좋은 서울 왕십리를 버리고 의정부 호원동 인근으로 들어가는 것은 찬성하기 어렵다”면서 “부산 등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프로기사들은 예선 대국을 치르기 위해 당일 새벽에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는 경우도 많았는데, 의정부로 이전하게 된다면 이는 지역 기사들에게도 날벼락”이라고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새로운 총재가 취임한다면 한국기원의 의정부 이전 논의가 원점에서 재검토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의정부시 관계자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지난 5월 ‘통합건설사업관리용역’을 발주했다”면서 “계약 절차가 모두 마무리 되는 즉시 착공할 예정”이라며 “재논의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바둑전용경기장 건립 사업에는 총 396억5400만원이 소요된다. 국비 98억5100만원이 지원되고, 의정부시에서 298억300만원을 부담한다. 최근 재정 건강이 악화한 의정부시는 지방채 100억원을 발행해 바둑전용경기장 건립 비용을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