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의 근거를 담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하 분산에너지법)이 본격 시행된 가운데, 하위법령 제정 등 제도 설계를 통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4일자로 분산에너지법을 시행했다. 해당 법안 발의 이후 1년7개월, 21대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 1년 만이다. 장거리 송전망에 따른 중앙집중형(수도권) 전력체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수요지 인근에서 전력을 생산해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형 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분산에너지 설치의무제도 △통합발전소 도입 △분산에너지특화지역 도입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 등 내용이 담겼다.
분산에너지 발전원은 설비용량이 40㎿(메가와트) 이하인 모든 중소형 발전설비와 500㎿ 이하인 집단에너지 발전설비가 규정됐으며, 집단에너지 사업에는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자로(SMR)도 포함된다. 또, 분산에너지특화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선 발전사업자가 전기 공급 독점 사업자인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전력을 팔 수 있다.
분산에너지법으로 기대되는 가장 큰 변화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이다. 전력 사용량은 많으나 생산량이 적은 수도권과, 사용량보다 생산량이 커 발전소 밀집으로 인한 환경오염 등 부담을 진 지방지역의 전기요금이 달라야 한다는 지적에서 비롯된 제도다.
전기요금이 경쟁력과 직결되는 데이터센터 등 산업 시설의 지방 이전을 유인해 지역 균형 발전을 모색할 수 있으며, 최근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라 더욱 이슈가 되고 있는 장거리 송·배전망 구축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도 꼽힌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의 전력 자급률이 8.9%인 반면, 부산(216.7%), 충남(214.5%) 등 지방지역의 자급률은 100%를 크게 웃돌았다.
다만 지역별 차등 요금제는 2026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산업부는 내년 상반기 지역별 송전 비용 등 원가 요인을 반영해 전기 도매요금 성격의 계통한계가격(SMP)을 먼저 시행한 뒤, 일반 소비자와 기업 등 고객이 차등 부담하는 단계적 일정을 제시했다.
이에 따른 우려점도 상존한다. 지역별 차등 요금제의 단계적 시행이 시장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것이기는 하나, 분산에너지법 시행 2년이 지나서 차등 요금제가 도입되면 시차 발생으로 온전한 시장이 형성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의 기준을 어떻게 둘 지에 대해서도 각 지자체와의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전력시장 유인책은 결국 가격과 마진인데, 당장 제도를 도입해도 시장이 자리잡는 데 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시차가 많이 생기면 수요·공급 불균형, 인센티브 약화 등 여타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아울러 2027년에는 대선까지 있어 지역별 차등 요금제가 정치적 이슈에 휘말릴 우려도 있기 때문에 차라리 조기에 도입해 보완해나가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500MW 이하로 규정된 분산에너지 발전설비용량에서도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이미 GW(기가와트) 단위로 허가를 받았거나 설비규모 자체가 큰 해상풍력발전소의 경우 기존 규정대로라면 분산전원(에너지)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셈이다. 현재 해상풍력이 들어서고 있는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특수목적법인(SPC)들의 개별발전 규모는 최대 750MW로 알려져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분산에너지법을 활용해 보다 지속가능한 전력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역 단위에서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자체 및 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제도를 보완해가며 새로 도입되는 주요 제도를 이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