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 전 기소된 형사 재판들 가운데 경기도 법인카드 의혹 사건도 기일이 추후로 미뤄지면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재판은 사실상 중단됐다.
수원지법 형사11부(송병훈 부장판사)는 1일 이 대통령과 정 모 전 경기도 비서실장, 배 모 전 별정직 공무원 등 3명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4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재판부는 “이재명 피고인은 지난 6월 3일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돼 국가 원수로서 국가를 대표하는 지위에 있다”며 “대통령이 헌법상 직무에 전념하고 국정 운영이 원활히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 공판 기일은 추후에 정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헌법 84조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국정 수행의 안정성을 고려해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과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 비리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맡은 재판부들도 같은 헌법 조항을 적용해 공판 기일을 추후 지정했다.
기일을 추정한다는 것은 재판 일정을 미루거나 변경하면서도 다음 기일을 따로 잡지 않는 것을 뜻한다. 새로운 날짜가 정해지기 전까지는 재판이 진행되지 않는다.
다만 재판부는 이날 공동 피고인인 정 전 비서실장과 배 씨의 재판 기일은 오는 8월 27일 오전 11시30분으로 새로 잡았다.
재판부는 “공동 피고인들의 재판을 그대로 진행할 경우 이재명 피고인의 방어권과 관련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변호인 주장에도 일정 부분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들까지 모두 기일을 추정하면 재판이 지나치게 길어질 수 있다. 증인들의 기억이 흐려져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렵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절차를 진행하면서 분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 본인에 대한 재판은 임기 중 사실상 중단되고, 나머지 피고인들의 재판은 별도로 심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이 대통령이 기소된 사건 중에는 법인카드 의혹,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6월 9일 추정), 대장동 사건(6월 10일 추정) 등 3건이 대선 이후 일정이 멈춘 상태다. 위증교사 사건 2심도 대선 전인 지난 5월 12일 기일이 추정된 뒤 추가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같은 재판부에서 공판준비기일이 이어지고 있다. 별다른 변화가 없으면 이 사건 역시 기일이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의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이달 22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