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의 20·30대의 보건의료 노동자가 근무 여건이 개선되면 결혼·출산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답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임신 중에도 야간 노동 등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보건의료 현장의 업무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3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4 보건의료 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 1월 29일부터 한 달간 4만700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다.
응답자의 69.4%는 육아휴직 제도 확대와 주 4일제 도입 등 근무 여건이 개선된다면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답했다. 특히 20·30대의 70%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을 전환하겠다는 응답률이 70%대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대다수의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과도한 업무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임신·출산을 경험한 여성 응답자 4714명 가운데 1839명(39%)은 임신 중 초과 노동을 했다고 밝혔다. 야간 노동을 한 여성은 896명(19.1%)에 달했다. 육아휴직 사용의 자율성도 대부분 보장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육아휴직 결정의 자율성에 대해 조사한 결과 44.6%로 절반에 못 미쳤다.
특히 만성적 인력 부족으로 임신 결정도 자유롭지 않았다. 최근 3년 내 임신·출산 경험을 가진 여성 응답자 5795명 가운데 1470명(25.4%)은 임신 결정을 할 때 동료·상사의 눈치를 보는 등 자율성을 갖지 못했다고 답했다. 간호조무직 75%, 간호직 74.8%는 인력 부족으로 임신 결정을 할 때에도 동료에게 업무가 가중되는 점을 자율적으로 임신할 수 없는 사유로 가장 많이 꼽았다.
아울러 대다수의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연장 근무를 하고, 식사를 거를 정도로 휴게시간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1.6%가 매일 평균 30분 이상 연장근무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 1시간 이상의 연장근무는 22.5%, 2시간 이상은 5.4%, 3시간 이상은 2.5%를 차지했다. 특히 10명 중 3명 가량(32.4%)는 연장근무에 대한 보상도 받지 못했다. 게다가 응답자의 절반 이상(52.9%)은 한 주에 한 번 이상 식사를 거르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보건의료노동자 4명 중 3명(75.6%)은 주 4일제 근무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응답률은 간호직에서 80.4%로 특히 높았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