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파업 도화선’ 공공의대법 재추진…또다른 뇌관 되나

‘의사 파업 도화선’ 공공의대법 재추진…또다른 뇌관 되나

기사승인 2024-07-04 06:05:02
서울 시내의 한 대형병원. 사진=곽경근 대기자

야권이 지난 2020년 의사 파업의 단초가 됐던 ‘공공의대 설립법’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이번 법안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의정갈등에 기름을 붓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일 국회 등에 따르면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71명 의원은 전날 ‘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공 보건의료 인력을 양성할 대학·대학원을 설립해 운영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선발된 학생에게 학비를 국고·지자체에서 지급하는 대신 의료취약지 소재 기관에서 10년간 ‘의무복무’를 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의대 증원으로 인한 ‘낙수 효과’에만 기대선 필수·지역의료 공백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야권의 주장이다.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내세운 것이 바로 공공의대 설립법이다. 이들은 공공보건의료 업무에 10년간 의무복무하는 것을 전제로 입학 지원을 받는 ‘공공의대’를 세운다면 공백을 일부 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윤 정부는 의대 증원 규모인 ‘2000명’이라는 숫자만 남겼을 뿐 공공·필수·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국가가 직접 공공의사를 양성하고 배치할 새로운 근거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강석윤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단순히 의사의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의사를 양성해 의무적으로 지역·필수의료에 배치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국민들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 여론도 공공의대 설립에 긍정적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지난달 발표한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에 대한 국민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1.7%는 공공의대 설립에 찬성했다. 반대는 13.6%에 그쳤다.

다만 의료계 반감이 강한 정책인 만큼 의정갈등 상황이 확산 가능성도 높다. 공공의대 설립법은 2020년 의료계 파업 당시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보다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던 정책이다. 특히 향후 배출될 의사들에게 해당되는 문제인 만큼 전공의들의 반발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해 12월 야권에서 공공의대법을 추진했을 당시에도 성명서를 통해 “공공의대법은 거주지에 대한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를 억제할 수 있어 의무복무에 대한 위헌성 논란이 있다. 단순히 정부가 입맛에 맞게 활용할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근본적인 해결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10년간 의무복무를 하더라도 그 이후에는 필수의료, 지역의료, 공공의료에서의 이탈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분노를 표했다.

이번 법안으로 인해 의정갈등이 더욱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채동영 의협 홍보이사는 3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공공의대가 설립되면 의대 정원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료계 반발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역의료 공백을 해소하려면 이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공공의대 설립과 같은 우회적 방식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는 것이 의협의 원칙적 입장”이라고 분명히 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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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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