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리스크가 높아지는 가운데 건설업계에서도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속도를 내고 있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기후변화 대응책 마련을 위해 ESG 경영을 선포하고 있다. 건설 산업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탈피해 친환경 기술 개발과 에너지 효율 강화에 나선 것이다. 실제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37%, 에너지 소비량의 36%가 건축물·건설생산 과정에서 발생한다. 건설업은 기후문제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산업으로 분류된다.
정부도 민간 건설기업과 협약을 맺고 탄소배출 감축에 나서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은 2017년부터 민간 기업들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에 대한 협약 체결을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현대건설·GS건설·대우건설·DL이앤씨가 참여 중이다. 지난해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1만8320tCO2eq(이산화탄소 상당량)다. 이는 4인 가족 기준 9160가구가 약 1년간 전기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양이다.
주요 건설사들도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저탄소 콘크리트 제조와 현장 적용 과정에서 탄소감축 효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방법 등에 대한 기준과 절차가 담긴 방법론(탄소저감 콘크리트 방법론)을 개발했다. 이를 기반으로 일반 콘크리트 대비 탄소배출량을 40% 낮춘 저탄소 PC(Precast Concrete)를 개발, 현장에 도입했다. 삼성물산은 업계 최초로 자발적 탄소시장을 운영 중인 대한상공회의소 탄소감축인증센터로부터 공식 인증도 받았다.
현대건설은 업계 최초로 2045년 탄소중립을 목표를 세우고 저탄소 자재 개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조달 확대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절감을 위한 포트폴리오도 확대 중이다. 앞서 2015년 ‘힐스테이트 송도 1차’ 아파트에 국내 최초 고층형 제로에너지 공동주택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에 따라 현대건설의 지난해 온실가스 직·간접 배출량은 36만3374톤CO2e로 전년 대비 2만1462톤CO2e 감소했다.
대우건설은 2022년 건설사 최초로 저탄소 친환경 콘크리트를 도입했다. 대우건설은 한라시멘트와 함께 공동개발을 통해 기존 콘크리트 대비 최대 112㎏/㎥까지 시멘트 사용량을 줄여 약 54%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낼 수 있는 친환경 콘크리트를 개발했다. 대우건설은 하반기 기후변화 실무협의회를 신설 운영해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구축할 예정이다. 대우건설 연평균 탄소 배출량을 4.2% 줄여 2050년 탄소중립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GS건설은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 3%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친환경 공법의 프리패브(Prefab) 주택인 모듈러 주택, 2차전지 배터리 재활용 사업 등 친환경 관련 신사업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GS건설은 사내벤처 2호인 ‘제로넥스트머터리얼즈(Zero Next Materials)’는 독립법인으로 분사해 친환경 건설자재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회사는 제철소에서 배출되는 부산물 중 주로 폐기되는 제강슬래그와 화학 첨가제를 혼합해 그라우트에 투입되는 시멘트를 80% 이상 대체한 저탄소 친환경 건설 제품인 ‘모르타르 그라우트’를 선보였다.
전문가는 건설산업의 ESG 경영 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대기업 중심으로 한정적으로 적용된 점에 아쉬움을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ESG 측면에서 건설산업이 가지는 연관성은 매우 크다”며 “건설공사가 야외에서 진행되며 자연환경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건설사들도 ESG 경영을 도입하고 있지만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은 적용이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중소기업에 대해 ESG 접근 방법을 교육하고 적용에 따른 인센티브 등의 요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진만 공주대 그린스마트건축공학과 교수는 “건물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전체 탄소배출량의 38%를 차지하는 만큼 건설업계에서 구조설계 최적화, 자재 리사이클 등의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중소 건설사에서도 시멘트 분야와 협력을 통해 콘크리트 탄소배출 저감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