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안보’가 글로벌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친환경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업 확대, 핵심자원 공급망 확보의 기틀이 될 법안이 각각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국제 기준이 빠르게 진화하는 만큼 시행령·시행규칙의 올바른 보완을 거쳐 글로벌 에너지안보 시대를 리드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0일 정부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이하 석유사업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지난 2월6일 공포된 ‘석유사업법’ 개정의 후속조치로, 오는 8월7일 법 시행에 맞춰 법률에서 위임한 사항을 규정하고, 업계·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친환경 석유대체연료 활성화와 국내 에너지 수급 안정화에 필요한 사항들을 반영하기 위해 추진됐다.
SAF는 화석연료가 아닌 폐식용유 등 바이오 기반 원료로 생산한 친환경 항공유로, 항공업계의 탄소 감축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내년부터 SAF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했으며, 싱가포르도 2026년부터 싱가포르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기에 대해 SAF를 섞어 쓰도록 하는 등 국제 기준이 높아지고 있다.
S-OIL, SK이노베이션,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업계 역시 SAF 생산 공식 인증을 획득하고, 기존 설비에 바이오 원료를 함께 투입하는 ‘코프로세싱’ 형태의 설비를 가동하는 등 대비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매우 높은 생산 단가와 관련 법안 부재로 글로벌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전 세계 323개의 SAF 생산시설 중 미국이 100개로 가장 많았으며 캐나다(27개), 프랑스(19개) 순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에선 중국과 일본이 각각 13개, 12개로 가장 많았지만 한국의 SAF 전용시설은 0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때문에 일종의 ‘개념 확립’에 속하는 이번 석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 이후에도 실효성 있는 보완을 빠르게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는 △원료의 특성에 따른 석유대체연료의 종류 명시 △석유대체연료 전담기관 지정 및 지원사업 내용 보완 △친환경정제원료의 사용내역 보고사항 등 친환경 석유대체연료 생산·사용 및 지원 확대를 위해 법령에서 위임한 사항을 구체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아울러, 다양한 석유대체연료의 안전성 확보와 체계적 품질 관리를 위해 △석유대체연료 제조·수출입업 변경등록 대상에 ‘제조 또는 수출입하는 석유대체연료의 유종(油種)’을 추가하고, △친환경 원료가 아닌 물질을 활용·제조한 바이오연료를 공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최근 중동정세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원유 수입의 중동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를 감안해 석유업계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올해 말 일몰 예정인 ‘원유 도입선 다변화 지원제도’의 3년 연장도 확정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SAF 가격이 일반 항공유의 3배에 달하기 때문에 정유기업 혼자 추진하기에는 제약이 많다”면서 “국가전략기술 지정 등을 통한 SAF 설비 투자세액공제의 대폭 확대, SAF 생산·사용 관련 차액보조 등 인센티브가 마련돼야 하고, 폐기물관리법령 개정 등을 통해 바이오원료의 재활용 기준을 마련해 안정된 원료공급망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향후 지속적으로 석유업계와 소통하며 친환경 석유대체연료 활성화에 필요한 법·제도를 신속하게 정비할 계획”이라며 “세액공제, 기술개발 등 민간의 투자 촉진과 산업 경쟁력 향상에 필요한 지원정책도 관계부처와 함께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국토교통부, 관계부처, 업계 및 전문가들과 협의해 오는 3분기 중으로 SAF 확산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핵심자원 공급망 확대, 자원안보 강화
에너지·자원업계에선 곧 입법예고에 돌입하는 ‘국가자원안보특별법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이하 자원안보법)에 주목하고 있다.
자원안보법은 전량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핵심자원인 LNG(액화천연가스)등 핵심자원의 비축의무 및 제3자 처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국제 LNG시장의 구조적 변동과 공급안보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한국가스공사에 한정돼 있던 LNG 공급망을 민간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시행령·시행규칙에는 △핵심자원 정의 △전담기관 기준 및 주요 업무 △공급망 점검·분석 기관 및 절차 △자원안보 진단·평가 주기 및 절차 △평시 비축의무 기관 △자원안보위기 경보 발령기준에 관한 내용이 담기게 된다.
현행 LNG 상시 비축의무는 한국가스공사만이 부담하고 있지만 민간 사업자의 직수입 비중도 증가하고 있어 이들에게도 비축의무가 부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자원안보법안에 따르면 직수입자는 비축 물량을 가스공사에 판매할 수 있는데, 이때 처분이 어렵다고 산업부장관이 판단할 경우 자원안보협의회 심의를 거쳐 국내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있다. 이번 시행령·시행규칙 내용에 따라 직수입자의 제3자 판매가 본격화될 수 있어 이해관계자 간 의견 수렴(입법예고)이 필요한 시점이다.
입법예고 절차를 거쳐 자원안보법이 오는 2025년 2월 시행되면, 앞서 개정된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소부장특별법)’,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 법안(공급망기본법)’과 함께 이른바 ‘공급망 3법’이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공급망 3법은 우리나라의 에너지자원과 주요 금속 수입의존도가 90%를 넘겨 에너지안보의 불안이 가중되는 가운데, 경제와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자원·소재·부품·장비 등을 특별 지정·규정해 적극 관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품목의 비축 확대, 수입선 다변화, 대체기술 개발 등을 지원한다. 정부는 공급망 3법과 함께 ‘산업 공급망 3050 전략’을 토대로 흑연, 희토연구자석 등 185개 공급망 안정 품목을 선정하고, 이들 품목의 특정국 의존도를 2022년 평균 70%에서 오는 2030년 50% 이하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한원희 가스공사 책임연구원은 “자원안보위기 발령 시 한시 비축의무를 이행하려면 비축의무 기관에 긴급 조달 애로 및 고비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재정 지원 방안 및 재원 확보 방안을 사전에 명확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핵심자원인 천연가스·LNG 안보에 관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대책들이 시행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