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바꾸는 DTx…“약 대신할 예방·치료책” [D.H 인터뷰]

삶의 질 바꾸는 DTx…“약 대신할 예방·치료책” [D.H 인터뷰]

임진환 에임메드 대표 인터뷰
AI·디바이스와 결합…일상 패턴 분석해 예방·치료·관리
“개발 속도 못 미치는 규제 시스템…인력·인프라 키워야”

기사승인 2024-08-06 14:00:04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 디지털 기술이 일상을 주도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의료·헬스케어 서비스도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면서 효율적이고 선제적인 진료, 치료, 관리가 가능한 세상을 열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care, DH)는 어디까지 손을 뻗칠 수 있을까. 쿠키뉴스는 산업 곳곳에 포진해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가들을 마주하고, 혁신을 말하는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알아본다. [편집자주]

임진환 에임메드 대표. 사진= 박선혜 기자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라고도 불리는 ‘디지털 치료기기’는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일종의 소프트웨어다. 의사의 처방 하에 환자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증상을 기록하고 행동치료를 받기도 한다. 3분 진료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의사와 환자 간 소통이 지속돼 병원 밖에서도 치료 연속성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이 기기의 장점이다.  

최근 디지털 치료기기는 인공지능(AI)을 만나 발전을 거듭했다. 일방적으로 치료 및 교육을 제공했던 과거와 달리 환자와 소통을 갖고 꼭 필요한 치료 방법을 제시한다. 기능은 치료보다는 예방에 가까워졌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평상 시 행동들을 건강하게 바꾸는 것이다. 디지털 치료기기를 다양한 디바이스, AI와 접목해 개인의 일상생활 패턴을 파악한다. 이를 통해 질환을 예방, 치료, 관리할 수 있는 하나의 맞춤형 플랫폼을 완성한다. 

하지만 디지털 치료기기는 이제 시장에 막 발을 디딘 단계로 상용화까지는 거리가 멀다. 인력 부족으로 인해 규제 당국의 검토 과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원활한 시장 진입을 위해 디지털 치료기기 특성을 명확하게 반영한 기관을 구축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사원에서 임원 자리에 오르기까지 19년 동안 에임메드를 지켜온 임진환 대표를 5일 만나 디지털 치료기기 생태계와 향후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Q. 디지털 치료기기 기술은 어느 수준까지 발전했나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는 2019년 개발되기 시작해 2023년 말 첫 제품이 출시됐다. 현재 허가된 제품은 4개 정도다. 임상을 진행 중이거나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기다리는 제품만 30~40개가 있다. 

현재 디지털 치료기기는 2세대로 넘어왔다. 1세대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 불면증 환자 대상 인지행동치료 같은 의료서비스를 디지털화한 것이다. 또 데이터 분석 기법을 활용해 환자가 입력한 데이터를 해석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데 치중했다. 

2세대는 AI 기술을 사용한다. chatGPT 즉, 생성형 AI를 응용해 환자와 소통을 한다. 임상적으로 안전하고 유효성 있는 근거를 적용시켜 환자의 치료에 적극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발전한 모델이다. 단 2세대는 상용화된 제품이 없다. 다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실증 사업 지원으로 산업계, 의료계, 학계 등 전문가들이 모여 공황장애 대상 2세대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 중이다. 

Q.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업 분야는 무엇인가

디지털 치료기기 사업을 시작할 때 개발할 아이템을 질환만으로 선택하기는 어렵다. 치료기기도 결국 사업이기 때문에 시장 규모를 따져야 한다. 해당 시장에 어떤 미충족 수요가 있는지, 기기로 해결이 가능한지, 차별성을 둘 수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수면장애나 공황장애, 불안장애는 상병 규모가 크고 문제점이 명확해서 시장을 형성하기 쉽다. 반면 최근 임상시험이 늘고 있는 분야인 섭식장애, 황반변성, 근 감소 등은 차별성을 두긴 좋지만 시장 규모가 작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국가별 톤앤 매너, 규제 사항도 면밀히 분석해 임상을 준비해야 한다. 

두 번째론 증상을 쉽게 완화하는 기존 약을 이겨낼 수 있는지 가늠해야 한다.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의 경우 디지털 치료기기가 약을 이길 수 없다. 약을 한번 먹으면 질환이 개선되는데, 굳이 치료기기를 통해 병을 치료하려는 사람은 없다. 중독 치료용 디지털 치료기기도 개발되고 있지만, 아무리 환자가 노력한다고 해도 치료기기만으로는 중독을 이길 동기 부여를 얻기 힘들다. 오히려 신경세포를 조절하는 전자약이 낫다. 대신 디지털 치료기기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들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비만, 탈모, 간지럼, 거북목 등 소소하지만 불편한 것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뛰어나다. 이런 시장을 찾아내고 빠르게 진입하는 것이 좋다. 

Q. 디지털 치료기기는 향후 어떤 기능을 할까

‘AI on device’(인공지능이 탑재된 디바이스)라고 표현할 수 있다. 우리는 기기를 통해 개인적인 데이터를 관리한다. 여기에 AI를 적용해 대화가 가능해진다면 치료기기의 역할도 바뀌게 된다. 미래의 디지털 치료기기는 예방부터 치료, 관리까지 아우르는 하나의 ‘옴니 채널’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디바이스가 개인의 라이프 패턴을 익히고 그에 따른 알맞은 디지털 치료기기 기능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또 가정과 병원, 안과 밖 등 장소와 상관없이 개인의 삶 전체를 장비 속 어플리케이션과 연결 지어 모든 상병을 관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 잠만 잘 자면 입맛이 돌아오고 활력도 생긴다. 수면 문제를 해결하면 식사와 운동 문제가 개선된다. 유전적 질환을 빼고는 모든 분야를 관리하는 완벽한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기술이나 산업 측면에서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가장 큰 미충족 수요라면 ‘인식’을 꼽을 수 있다. 아직 디지털 치료기기가 무엇인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모르는 분들이 너무 많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길 바라며 업계에서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은 문제가 없다. 다만 데이터 활용 폭이 더 커지길 바라는 마음은 있다. 우리는 휴대폰으로 많은 걸 한다. 사람들은 직접 스마트폰에 자신의 상태를 입력하거나 기록하고 남에게 정보를 알리지만 이를 인지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없다. 이를 ‘무자각 무구속’이라고도 한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마트 워치 등으로 심박동, 코고는 소리, 호흡 수 등 생체 데이터가 더해진다. 이에 병원과 업체들이 접근할 수 있다면 어떨까. 독거노인의 고독사나 응급환자 발생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정보를 빼내오지 않고 개인 서버에 접속만 할 수 있어도 다양한 위급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결국 국민의 거부감을 없애는 게 가장 큰 숙제다. 

Q. 산업 성장을 위해 이어져야할 지원 방향은

요즘 정부가 대대적으로 ‘규제 과학’을 외치고 있다. 혁신 제품의 안전성과 효능, 품질을 보증하고 기술과 규제 간극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빠른 개발 속도에 비해 규제 지원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개발 속도를 대처할 수 있는 인프라나 인력이 충분히 구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규제 기준은 높아도 된다. 단 규제 기준이 잘 돌아가려면 규제 시스템 자체를 키워야 한다.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면 사설 기관을 통해서라도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 현 디지털 치료기기는 바이오헬스 품목에 묶여 있는데, 이를 하나의 산업 품목으로 구분해야 한다. 제약이나 일반 의료기기와 달리 디지털 헬스케어는 완전히 다른 기전을 갖고 있는 만큼 기존 바이오헬스 품목 체계로는 제대로 된 개발 지원을 받기 어렵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특화된 조직 기관이나 지원책이 별도로 만들어지면 산업 성장이 더 빨라질 것이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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