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살렸던 ‘혁신회의’ 와해 위기…생존법은 ‘노선’에 있다 [취재진담]

이재명 살렸던 ‘혁신회의’ 와해 위기…생존법은 ‘노선’에 있다 [취재진담]

기사승인 2024-08-30 06:00:08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지난 4월 29일 총선 평가 및 조직 전망 논의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박찬대, 정성호 의원, 강위원 혁신회의 상임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추미애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친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혁신회의)가 원내·외를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 총선과 전당대회 등 여러 선거에서 ‘이재명 친위대’ 역할을 자처하며 특정 후보 밀어주기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당 안팎으로 강한 비판을 받은 결과다. 심지어 혁신회의 출신 현역 의원들조차 이 조직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 상황이다.

혁신회의는 당 개혁을 목표로 조직을 확장해왔다. ‘당원 주권 시대’를 내세우며 지역당 부활· 전당원 투표 제도화·당원의 공직 후보자 직접 선출 등을 요구하는 등 당원 중심의 정책을 추진하며 직접 민주주의 혁신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지난 총선에서 혁신회의 출신 상임위원 31명이 국회에 입성하면서, 이재명 대표의 2기 체제 하에 당원 주권 시대가 열리며 최대 계파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최근 혁신회의는 원내 협력단 해체 수순을 밟고 있으며, 조직이 와해될 위기에 처해 있다. 선거 과정에서 특정 의원들을 공격하거나 자신들이 지지하는 인물을 당선시키려는 행보로 당내에서는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왔다. 

특히 강위원 혁신회의 상임대표가 광주시당위원장 선거에서 낙선한 사건은 혁신회의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당내에서는 “혁신회의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한다고 했지만, 결국 그렇지 않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혁신회의 소속 한 현역 의원은 “혁신회의에 이름을 올리고는 있지만, 그쪽 사정은 잘 모른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최근 전당대회에서는 김두관 당대표 후보가 “혁신회의가 모든 것을 조종한다”고 말하며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결국 혁신회의는 개혁을 외치면서도 구체적인 정책 제안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모습만 부각되었고, 이는 당내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혁신회의가 확실한 정치 세력으로 이미지를 회복하고 부상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노선과 신념을 가져야 한다. 더 명확한 목표와 비전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단순히 몇몇 의원을 당선시키거나 낙선시키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며, 더 큰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중심으로 세력을 결집해야 한다.

원내에서 발굴하지 못한 정책적 비전을 제시해야 회복할 수 있다. 21대 민주당이 비명계와 친명계로 나뉘어 정쟁을 벌이는 동안 혁신회의는 당 개혁을 계속해서 외쳤다. 이제는 그들이 말하는 ‘개혁’이 무엇인지 더 구체화하여 당내외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재명 대표가 주류가 된 상황에서, 혁신회의의 역할은 단순히 ‘대표 옆에서 조언하는’ 수준을 넘어 당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포괄적이고 건설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이들은 확실한 정치 세력으로 재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도 결국 ‘투자’와 비슷하다. 엔비디아나 테슬라 같은 기업에 사람들이 투자하는 이유는 그 기업이 미래에 큰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혁신회의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혁신회의에 ‘투자’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려면 이들이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그리고 그로 인해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올 것인지에 대한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혁신회의 지도부는 29일부터 다음 달 21일까지 조직 개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내달 회의가 마무리되면 혁신회의의 구체적인 방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혁신회의의 한 관계자는 “정권 교체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의제들을 공론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명팔이’로 공격 받았던 혁신회의가 체질 개선에 얼마나 성공할지 주목된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이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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