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금융 관리 ‘강력’ 강화…서민 자금공급 괜찮나

대부금융 관리 ‘강력’ 강화…서민 자금공급 괜찮나

지자체 등록 대부업체 4300여 곳 등록 취소 전망
저신용 서민 급전창구도 사라져…“우수 대부업체 지원 크게 늘려야”

기사승인 2024-09-13 06:00:06
쿠키뉴스DB.

정부가 대부업 등록 요건을 강화하면서 전국 대부업체 4300곳의 등록이 취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신용자들의 대출 창구가 사라지는 만큼 정부의 자금 공급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당정협의를 거쳐 국조실, 법무부, 과기정통부, 경찰청, 금감원과 함께 ‘불법사금융 척결 및 대부업 제도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금융당국은 영세 대부업자 난립을 막기 위해 대부업자의 등록 요건부터 대폭 강화한다.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는 대부업자의 자기자본 요건을 개인사업자는 기존 1000만원에서 1억원, 법인사업자는 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적격 대부업자는 퇴출시킬 방침이다. 금융위원회와 시·도지사에게 등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대부업자의 직권말소 권한을 부여한다. 요건이 상향되면 지자체 등록 대부업체 4300여 곳이 등록 취소될 전망이다. 현재 등록된 대부업체는 8597개며 88%(7628개)가 지자체 등록 업체다. 다만 별도의 규제 유예 기간을 부여해 등록 대부업체들이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불법사금융 행위의 처벌·제재 수준도 높인다. 미등록 대부업은 현재 징역 5년에 벌금 최대 5000만원을 부과하는 데 2억원까지 벌금을 올리기로 했다. 최고 금리 위반도 징역 3년, 벌금 3000만원에서 징역 5년, 벌금 2억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범죄 수익을 박탈하기 위해 성 착취 추심, 인신매매·신체상해, 폭행·협박 등을 원인으로 체결된 반사회적 대부계약의 원금과 이자를 무효로 하는 근거도 마련한다. 또 불법사금융 목적의 개인정보 제공·유통 등에 대해 처벌 조항을 도입해 정보보호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김진홍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이번 개선방안 발표에 대해 “기존에 횡행하던 불법사금융을 뿌리 뽑으면서 새로운 불법사금융 업자가 양산되는 것을 차단하고, 동시에 합법적 대부업 시장을 건전화해 국민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며 “요건을 충족한 대부업체는 신뢰할 수 있는 3금융권이 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하고, 불법은 강력히 단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민금융연구원 제공.

문제는 대부금융의 규모가 줄어들면서 저신용 서민들의 자금공급도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대부업 신용대출 공급규모는 2018년 12조7334억원에서 지난해 4조6970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업체 수까지 급격히 줄이면 서민·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악화할 수 있다.

대부업권에서는 개선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부업권 관계자는 “지자체 등록 대부업체들이 진입요건이 낮아 마구 난립하면서 크고 작은 문제들을 꾸준히 일으키면서 대부업권의 이미지를 크게 해친 바 있다”며 “퇴출 요건에 맞춰 이들을 정리하는 것은 좋은 구상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해당 업체들이 완전히 영업을 접지 않고 불법사금융으로 전환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그러려면 저신용 서민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대부업권 차원의 자금공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첨언했다.

서민금융 전문가는 이번 대부업 제도개선방안에 서민자금 공급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민금융연구원 남경현 부원장은 “이번 발표에서 금융당국과 정부가 공급적인 측면에 대한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며 “불법 사금융을 막고 대부업권을 정비하는 것도 좋지만 저신용자들한테 어떻게 자금을 공급을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정최고금리가 연 20%로 제한되던 시기와 달리 기준금리가 올라가면서 대부금융업체들의 조달비용이 크게 올라가며 신용대출 영업이 사실상 중단된 수준”이라며 “우수 대부업자 제도를 크게 확대하던지, 연동형 최고금리제도를 통해 신규대출 유도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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