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좌제의 그늘…흘러가는 ‘수용자 자녀 지원’ 골든타임 [위기의 수용자 자녀➁]

연좌제의 그늘…흘러가는 ‘수용자 자녀 지원’ 골든타임 [위기의 수용자 자녀➁]

-수용자 자녀 지원 후 재복역률 감소
-유엔아동권리위원회, 韓 수용자 자녀 보호해야
-해외에선 수용자 자녀 위해 다부처 협력 활발
-법무부, 관계 부처 협의체 구성 추진하기도

기사승인 2024-09-14 17:22:32
쿠키뉴스는 기성 언론의 책임과 사회 공헌을 실현하기 위해 대학언론인 활동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예비 언론인들에게 콘텐츠 구현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지난 1월 ‘2024 대학언론인 콘퍼런스-콘텐츠 기획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이 기사는 공모전에서 당선한 기획안을 바탕으로, 대학언론인이 쿠키뉴스의 멘토링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수용자 자녀는 잊힌 피해자로 불린다. 부모가 수용된 후 경제적, 정서적 어려움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수용자 자녀는 ‘범죄자 자녀’라는 편견 속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지난 2019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위원회)는 우리 정부에 수용자 자녀를 보호하라는 권고 등을 내렸다. 권고는 2017년 우리 정부가 제출한 제5·6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위원회의 최종 견해이다. 권고 이행 확인을 앞둔 현시점에서도 수용자 자녀는 여전히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 자녀들을 지원하는 별도의 법도 없는 상태다. 우리 사회가 수용자 자녀를 어떻게 바라보고 지원해야 하는지 짚어봤다. [편집자주] 

우리 사회는 사회적 편견 등을 이유로 수용자 자녀를 지원하는 데 의구심을 갖는다. iStock

한국 헌법에선 1980년 연좌제가 폐지됐지만 ‘정서적 연좌제’는 아직 남아있다.

범죄자를 향한 부정적 인식이 그 자녀에게까지 전이되며, 수용자 자녀 지원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우리 사회가 피해자에게 제대로 된 지원을 하지 않다 보니, 범죄자와 그 가족을 도와야 한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정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수용자 자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 우리 사회는 수용자 자녀를 지원해야 할까.

수용자 자녀 지원,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는 일

전문가들은 수용자 자녀와 그 가정을 지원해야 사회가 더 안전해진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은 재복역률이 높은 국가이다. 법무부 교정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출소자의 3년 이내 재복역률은 22.5%이다. 박선영 한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의 재복역률은 낮지 않다”며 “수용자 자녀와 그 가정을 지원해 가족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효과적인 재범 방지 대책”이라고 말했다.

수용자가 교도소에 있는 동안 가족 기능을 개선하면 출소 후 건강한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가정에서 수용자는 원만하게 사회로 복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에서 수용자 자녀를 지원해 가족관계를 회복시킨 결과, 출소 3년 이내 재복역률은 5.7%에 머물렀다.

수용자 자녀의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 그들을 지원해야 한단 의견도 나왔다. 수용자 자녀는 부모의 부재, 부모의 범죄적 성향, 가난 등의 배경 탓에 위기청소년으로 인식된다. 수용자 자녀의 범죄율은 그렇지 않은 아동에 비해 높다는 해외 연구도 있다. 2000년대 초반 영국 정부가 부모 수용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수용자 자녀는 그렇지 않은 아동에 비해 반사회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3배나 높았다. 수용자 자녀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하며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약식 보고 절차. 제5·6차 유엔아동권리협약 권고사항 이행 상황 분석연구 캡처

유엔아동권리위원회 권고 이행, 법무부 뛰어넘은 노력 필요

수용자 자녀 지원은 국가의 의무로 강조되고 있다. 지난 2019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전달한 권고사항에 ‘수용자 자녀를 보호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제출한 제5·6차 국가보고서를 심의하고 총 47개의 권고를 내렸다. 권고는 약 130개 과제로 이뤄져 있다.

수용자 자녀에 대한 권고에는 ‘수용자 자녀의 접견권 보호를 위한 정책을 도입할 것’과 ‘부모와 함께 교도소에 머무는 아동은 교육과 건강 등 그들의 권리가 보장되고 필요가 충족돼야 할 것’이 주요 내용으로 포함됐다.

정부는 권고에 대한 후속 조처를 한 후, 오는 12월까지 제7차 국가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지난 1월부터 위원회의 약식 보고 절차가 적용됨에 따라 심의 관련 일정은 수정될 수 있다.

위원회의 권고는 총 22개 부처에서 이행하고 있다. 수용자 자녀에 대한 권고는 법무부에 한정해 이행 중이다. 법무부는 권고를 수행하기 위해 글로벌 비정부기구(NGO) 월드비전과 협력하고 있다. 수용자 자녀 지원 사업의 전문성을 높이고 외연을 확장하기 위함이다. 법무부는 지난 2022년 지방교정청에 설치된 수용자 자녀 지원팀의 역할도 강화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수용자 자녀에 대한 권고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다른 부처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부를 제외한 다른 부처도 아동 최상의 이익과 무차별 원칙을 바탕으로 수용자 자녀를 위한 정책 마련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사회문제와 마찬가지로 수용자 자녀 문제도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지원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취재 결과, 국가보고서 제출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는 수용자 자녀에 대한 권고 이행은 법무부에서 담당한다고 전했다. 여성가족부 또한 본 부처의 소관이 아니라 답변이 어렵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관련 정보가 부재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수용자 자녀 지원과 관련한 업무에서 부처 간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법무부가 수용자 자녀 지원에 있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지만,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선 법무부를 넘어 관련 부처의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은 제7차 국가보고서 제출이 예정된 올해 12월을 수용자 자녀 지원 정책을 마련할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이경림 세움 대표는 “수용자 자녀를 위한 한국 정부의 행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법무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위원회 권고 이행을 위한 협의체를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은 한국 정부가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세움 홈페이지 캡처

수용자 자녀 지원 ‘선진국’ 미국, 민관 협력 활발

국내에선 법무부가 위원회의 권고 이행을 포함해 수용자 자녀 지원을 주도하고 있다. 해외에선 다양한 부처가 협력해 수용자 자녀를 지원한다.

미국은 수용자 자녀의 현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부처 간 협력이 이뤄진다. 미국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는 전국 수용자 자녀에 대한 기초 정보를 함께 수집한다. 법무부 사법통계국에선 수용자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전반적인 통계를 구축한다. 보건복지부는 위탁양육 및 시설보호 등에서 관리되는 수용자 자녀의 자료를 수집한다. 자료는 수용자 자녀 지원 정책을 구축하는 데 기반이 된다.

미국의 수용자 자녀 지원의 상당 부분은 학교를 중심으로 제공된다. 주 정부 교육국과 민간 비영리기관이 협력해 지원하는 양상이다. 대표적으로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시는 수용자 자녀의 심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 기반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프로그램은 역내 수용자 자녀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와 교육국이 협력해 진행했다.

미국은 지역 내 학교, 사회 서비스 기관 등과 협력해 멘토링 프로그램 등도 제공한다. 지난 2006년 미국 정부는 수용자 자녀에 대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자녀와 가족 서비스 개선에 관한 법률’에 의해 명문화했다. 관련 업무는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가족국에 위임했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부처가 협력해 수용자 자녀를 지원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지난 2021년 법무부는 수용자 자녀 지원 정책을 발굴하기 위해 관계 부처와 협의체 구성을 추진했다. 법무부는 “실제로 협의체가 구성되진 못했으나 수용자 자녀 지원 정책을 개선하기 위해 관계 부처와 협력 중”이라고 전했다.

장예지 기자
45yeji@daum.net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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